[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란 여성을 존중하라!' '우크라이나를 구하자!'
월드컵 같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 현장에서는 종종 특별한 목적을 갖고 경기장에 난입하는 관중이 발생한다. 심지어 옷을 벗은 채 누드 스트리킹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런 행동을 펼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알리기 위한 경우도 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도 '경기장 난입'이 발생했다. 포르투갈과 우루과이 전이었다. 이 관중은 온몸으로 여러 메시지를 전하려 했으나 결국 보안요원에 의해 완전 제압됐다.
영국 대중매체 더선은 29일(한국시각) '무지개 깃발을 든 한 남성이 포르투갈-우루과이 전 때 경기장에 난입해 질주하다가 제지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대표팀과 같은 H조에 속해 있는 포르투갈과 우루과이는 이날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H조 조별리그 경기를 치렀다. 경기는 포르투갈의 2대0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후반전 때 돌발 사태가 벌어졌다. 슈퍼맨 'S' 문양이 들어간 파란색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한 남성이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경기장에 난입해 질주하기 시작한 것. 이 남성은 약 30초간 경기장을 질주했다. 하지만 결국 보안요원들에 의해 마치 개구리처럼 엎어진 채 제압됐다.
채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이 남성은 많은 메시지를 전했다. 일단 양손에 들고 질주하며 흔든 무지개 깃발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상징한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는 국제적인 이슈다. 당초 이번 대회 때도 잉글랜드와 웨일스 등 7개 팀 주장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와 포괄성 등을 주장하는 '무지개색 원러브 암 밴드'를 착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는 동성애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때문에 FIFA가 나서서 제지했다.
이어 이 남성이 입은 파란색 상의의 앞에는 '우크라이나를 구하자(SAVE UKRAIN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등쪽에는 '이란 여성을 존중하라(RESPECT FOR IRANIAN WOMAN)'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와 이란에서 벌어진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사건과 이에 따른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