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모로코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이날 왈리드 레그라귀 모로코대표팀 감독은 골키퍼 야신 보노(31·세비야)를 선발 명단에 넣었다. 보노는 지난 23일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선발 출전해 90분을 소화했다.
당연히 보노 골키퍼는 선수 입장을 했고, 국가 제창에 이어 벨기에 선수들과 악수를 나눴다. 한데 모로코 단체사진 촬영 시 다른 골키퍼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모로코대표팀 최고참 무니르 모한드 모하메디(33·알 와흐다)였다. 보노 골키퍼가 갑자기 몸 상태에 이상을 느껴 오마르 하락 골키퍼 코치에게 보고한 것. 28일 영국 대중지 더 선은 "보노의 눈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결국 하락 골키퍼 코치는 부랴부랴 킥오프 직전 수문장을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급박하게 이뤄지다보니 중계진도 알아치리는데 시간이 걸렸다. 보통 킥오프 직전 선발 명단이 변경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더 선은 "영국 공영방송 BBC 해설자들조차 전반 25분 동안 골키퍼가 교체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행히 골키퍼 교체에 대한 큰 변수는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모하메디는 벨기에의 막강 화력을 슈퍼세이브로 버텨냈다. 특히 후반 6분에는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시도한 벨기에 '캡틴' 에당 아자르의 강력한 오른발 슛을 쳐낸 뒤 아자르에게 '잘 막았다'는 표시로 '엄지 척'을 받기도.
모하메디는 4년 전 러시아월드컵 당시 모로코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이었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4년 만에 주전 장갑을 보노에게 물려주고 두 번째 골키퍼로 카타르 대회를 준비했다. 한데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투입돼 팀의 2대0 깜짝 승리를 견인했다.
모하메디의 커리어 월드컵 첫 승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