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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통합축구 클럽컵서 만난 발렌시아팬 "이강인, 발렌시아팬들이 미워할 수 없는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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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2년 카타르월드컵에 참가 중인 벤투호 천재 미드필더 이강인(21·마요르카)은 여전히 발렌시아 팬들에게 사랑을 받는 존재였다.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26일,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발렌시아 팬을 만났다. 스페인 명문 발렌시아 소속의 통합축구팀 일원으로 '2022년 스페셜올림픽코리아 K리그 국제 통합축구 클럽컵'(이하 클럽컵)에 초청받아 방한한 발달장애인 선수 보르하(28)는 발렌시아 유스팀을 거쳐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프로팀에서 활약한 이강인을 잊지 않고 있었다. 보르하는 "이강인은 실력이 있는 굉장히 좋은 선수였다. 좋아했었는데, 팀을 떠나서 안타까웠다"며 "항상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전했다.

발렌시아 통합축구팀의 감독이자 구단 내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인 오스발도(49)는 "이강인은 마요르카 소속으로 메스타야(발렌시아 홈구장)에 와서 결승골을 넣었다. 그런데 세리머니를 안 하고 오히려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발렌시아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거다. 구단과 팬도 미워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이강인은 2021년 여름, 출전 기회를 찾아 10년 이상 머문 발렌시아를 떠나 자유계약으로 마요르카에 입단했다. 지난 10월 23일 발렌시아 원정 경기에서 2대1을 만드는 결승골을 넣었다. 당시 이강인은 '친정' 발렌시아를 "내 모든 것을 준 고마운 팀"이라고 표현하며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오스발도 감독이 우루과이 출신의 우루과이 대표팀 팬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0대0 무승부로 끝난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결과에 대해 다소 아쉬움을 표한 뒤 "한국이 월드컵 예선과 본선에 똑같은 감독으로 임하고 있다. 한국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우루과이가 나란히 16강에 올랐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K리그 국제 통합축구'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스포츠를 통한 발달장애인의 사회 적응,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 등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지난 26일 개막한 클럽컵은 올해 열린 유니파이드컵에서 선전한 경남FC 통합축구팀, 부산아이파크 통합축구팀과 전북현대 통합축구팀(개최지 자격), 발렌시아 통합축구팀(초청) 총 네 팀이 참가해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자웅을 겨뤘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주최 및 주관하고, 파파존스와 게토레이가 후원 및 협찬했다.

4개팀이 승패 부담없는 조별리그로만 진행했다. 전·후반 각 30분씩 치른다. 팀은 총 17명(발달장애인 9명, 파트너 8명)으로 구성되며, 발달장애인 6명과 파트너 5명 총 11명이 경기에 투입된다. 모든 참가자는 최소 10분 이상씩 경기를 뛰어야 한다. 파트너의 연속 득점은 허용되지 않는다.

자연스레 관심은 해외 초청팀인 발렌시아에 쏠렸다. 오스발도 감독은 "(옆에 앉은 마테오를 가리키며)내 아들이 발달장애인이다. 처음부터 발렌시아에 통합축구팀이 있었던 건 아니다. 2015년 시험 단계 운영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며 "스페인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지난 6년 사이 많이 개선됐는데, 통합축구가 기여를 한 측면이 있다. 프로팀이 통합축구팀을 운영하는 걸 보면서 일반 대중들이 '이런 세상이 있구나. 이런 사람들을 위한 팀이 존재하는구나'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발렌시아 주장 호세 가야와 발렌시아 소속의 우루과이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를 좋아한다는 마테오(22)는 "모든 선수가 발렌시아에 살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구단을 대표하는 것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했고, '발렌시아 찐팬' 보르하는 "스페인 표현으로 발렌시아는 '내 인생의 팀'이다. 구단 일원으로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게 엄청난 기회"라고 소속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전북, 부산, 경남 통합축구팀도 프로팀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

처음 찾은 한국, 모든 것이 새롭다. 오스발도 감독은 "시차 때문에 다들 잠을 거의 못 잤다. 그런 어려움이 있지만, 한국에 대한 인상은 좋다. 다들 친절하게 대해준다. 길거리에선 많은 게 달라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파트너(비장애인) 선수인 훌리안(23)은 "발렌시아에선 보통 저녁을 9~10시에 먹는다. 여긴 저녁 먹는 시간이 빠르다"고 웃으며 "대회 수준은 생각보다 높다. 스페인에선 비야레알, 레반테 정도 제외하면 한국 정도의 레벨을 지닌 통합축구팀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발렌시아는 조별리그 1일차인 26일 경남에 1대4로 패하고, 부산과 2대2로 비겼다. 27일 전북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4대2 승리하며 값진 첫 승을 신고했다. 발렌시아 선수들은 경기에 투입되기 전 파이팅을 뜻하는 "아문 발렌시아!(Amunt Valencia!)"를 외쳤고, 동료가 득점할 때면 다같이 모여 얼싸안았다.

이날 승리로 1승1무1패를 기록한 발렌시아는 부산(2승1무) 경남(2승1패)에 이어 '세번째 승리팀'으로 등극했다. 통합축구에선 모두가 승리자란 뜻에서 우승, 준우승팀을 가리지 않고 'O번째 승리팀'으로 시상한다. 완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