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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짐싸는 고달픈 韓빅리거들, 류현진은 빗겨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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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또다시 고달픈 생존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자리잡지 못하면 쫓겨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

몇 안 남은 코리안 빅리거 중 박효준이 세 번째 팀을 만났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지난 24일(한국시각) 마이너리그 좌완 인머 로보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내주고 박효준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피츠버그가 전날 박효준을 방출대기로 공시(DFA)한 지 하루 만이다. 2015년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한 박효준은 작년 7월 메이저리그 데뷔 직후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됐었다. 이후 1년 4개월 만에 다시 쫓겨나듯 보스턴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보스턴 구단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박효준은 26세이며 양키스와 피츠버그에서 메이저리그 68경기에 출전했다. 2014년 7월 양키스와 계약한 그는 빅리그 통산 2루수로 20경기, 3루수로 12경기, 유격수로 11경기, 좌익수로 3경기, 우익수로 3경기, 중견수 2경기에 각각 출전했다'며 '서울 태생인 박효준은 올해 피츠버그에서 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6(51타수 11안타), 2홈런을 기록했다. 트리플A에서는 통산 145경기에서 타율 0.255(509타수 130안타), 20홈런, 출루율 0.384를 마크했다'고 소개했다.

내외야에 걸쳐 고루 출전했다는 걸 강조한다. 전천후 백업 야수로 활용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박효준이 보스턴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NBC스포츠는 '박효준은 기존 선수들의 부상이 생기면 다양한 포지션에서 빈자리를 채우는 뎁스 자원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역대로 코리안 빅리거들의 역사는 '트레이드 역사'라고 할 정도로 이적이 잦았다. 얼마전에는 최지만이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되면서 자신의 7번째 팀을 맞은 바 있다. 최지만의 경우 내년 FA를 앞두고 연봉이 치솟게 되자 탬파베이 레이스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보따리를 싸게 됐다. 6번 적(籍)을 옮긴 것인데, 2번은 트레이드, 3번은 FA, 1번은 룰5 드래프트에 의한 것이었다.

트레이드라는 게 그렇다. 버림받은 섭섭함과 선택받은 기대감이 공존한다. 하지만 잦은 이적은 고달픈 '저니맨'의 인생일 수밖에 없다.

1994년 박찬호 이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한국인 선수는 총 26명이다. 그 가운데 트레이드 경력자는 13명.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된 바 있고, 김병현 김선우 서재응 최희섭 추신수 등 메이저리그를 꽤 주름잡았던 선수들 뿐만 아니라 오승환 김현수 등 KBO리그 출신들도 트레이드를 경험했다.

지난 9월 데뷔한 피츠버그 배지환을 포함해 나머지 13명은 대부분 빅리그 경력이 2시즌도 안돼 트레이드를 거론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빅리그 3시즌 이상 활약한 한국 선수 중 두 명은 한 번도 트레이드된 적이 없다. 류현진과 강정호다. 피츠버그에서 2년간 잘 나가던 강정호는 음주운전 재판 후 메이저리그에서도 외면받아 트레이드에 관련될 일이 없었다.

류현진이 커리어 내내 트레이드에 휩싸이지 않은 사실상 유일한 코리안 빅리거인 것이다. 한화 이글스 시절부터 류현진이 팀을 옮긴 건 딱 두 번이다. 2013년 LA 다저스에 입단할 때, 그리고 2019년 12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FA 계약할 때다. 두 번 모두 기량을 인정받아 스카우트된 케이스다.

류현진은 앞으로도 트레이드될 일이 없다. 지난 6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내년 여름 복귀할 수 있다. 재활 중 트레이드될 수는 없다. 복귀 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가 된다. 메이저리그 잔류, KBO리그 복귀, 은퇴 선택지는 3개다. 트레이드 없는 커리어도 '복(福)'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