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세월이 야속하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핵이빨' 루이스 수아레스 얘기다.
한국 대표팀은 24일 열린 우루과이와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당초 세계적 스타들이 즐비한 우루과이가 우세한 경기로 점쳐졌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한국 선수들의 엄청난 압박에 우루과이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 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특히 우루과이의 '레전드' 공격수 수아레스는 출전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했다. 전반을 소화한 수아레스는 후반 19분 에딘손 카바니와 교체돼 경기장을 나갔는데, 그 때까지 슈팅은 커녕 공 한 번 제대로 잡지 못했다. 영국 매체 BBC는 전반 경기를 본 후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수아레스에 혹평을 숨기지 않았다.
수아레스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뒤 아약스-리버풀-바르셀로나-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거치며 세계적 공격수로 성장했다. 월드컵만 해도 이번이 벌써 4번째 출전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당시 한창 물이 오르던 수아레스에 2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진 한국이었다.
하지만 이후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한국 나이로 36세가 된 수아레스는 빅클럽 생활을 마치고 고국 우루과이로 복귀했다. 외모도 그세 많이 늙은 모습이었다. 살이 쪘는지 유니폼도 작아보였고, 한국 수비수를 상대로 달리는데 스피드가 현저히 느려진 모습이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 귀를 물어 뜯는 그 패기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결국 수아레스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한국 수비수들도 마음의 짐을 덜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다윈 누녜스(리버풀)가 나름 날카로운 플레이를 선보인 가운데, 수아레스 자리에서마저 공격력이 살았으면 한국도 애를 먹을 뻔 했다. 2010년에는 악몽의 수아레스였지만, 2022년 카타르에서는 '땡큐'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