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손흥민(30)과 로드리고 벤탄쿠르(25)는 애틋하다. 토트넘에선 둘도 없는 절친이다. 하지만 월드컵이 둘을 갈라놓았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손흥민이 운명의 장난처럼 우루과이의 벤탄쿠르를 적으로 만난다. 대한민국은 24일 오후 10시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와 2022년 카타르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마스크 투혼'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은 설명이 필요없다. 벤투호 전력의 절반이다.
벤탄쿠르도 우루과이의 에이스다. 우루과이 훈련장에서 만난 엘 에스펙타도르의 나후엘 베아우 기자는 "발베르데가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활약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벤탄쿠르가 훨씬 더 잘한다. 벤탄쿠르가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흐름이 바뀐다"고 평가할 정도다.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토트넘에서 이미 월드컵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손흥민은 "워낙 친한 선수다. 웃으며 '살살해라'라는 말들을 했다. 또 서로 다치지 말고 잘하자고 격려도 했다. 동료로서 할 수 있는 얘기를 주로했다. 좋은 친구고 실력이 뛰어난 친구"라고 말했다.
벤탄쿠르는 더 재밌게 도발했다. 그는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얘기를 나눴는데, 손흥민은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어디를 건드려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웃었다.
손흥민은 4일 '안와 골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안면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왼쪽 눈 부위는 아킬레스건이다.
그러나 벤탄쿠르는 이내 '농담'이다고 했다. 본심도 달랐다. 벤탄쿠르는 "상황이 복잡하다. 대한민국의 캡틴은 나의 절친이며, 팀도 훌륭하다"고 난처해 했다. 벤탄쿠르는 올해 1월 겨울이적시장에서 토트넘에 둥지를 틀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가 월드컵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인 리즈 유나이티드전에서 2골을 터트리며 4대3으로 대역전승을 이끌자 격렬하게 격려해 화제가 됐다.
토트넘에 손흥민과 벤탄쿠르가 있다면 나폴리에는 김민재와 마티아스 올리베라가 적으로 맞닥뜨린다. 두 관계가 그렇지만 대표팀 동료들에게 장단점을 속속들이 제공을 해줄 수 있다. 김민재는 "같은 조에 있는 만큼 한 명이라도 선수 분석을 더 하는 게 중요하니 내가 동료들에게 장단점을 전달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중앙수비수 권경원(감바 오사카)은 구체적인 선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흥민이가 밥먹을 때나 미팅할 때도 '어떤 선수는 생각지도 못한 패스를 한다'는 등의 얘기를 해줘서 잘 새겨듣고 있다"고 밝혔다.
승부는 승부다. 월드컵 후 동료로 돌아가더라도 적으로 만나는 순간 누구든 이겨야 한다.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