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전반 점유율 단 18%. 일본은 어떻게 '도하의 기적'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23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2대1로 역전승했다. 독일이 전반 알카이 귄도안의 페널티킥 골로 기선을 잡았지만 후반 짜릿한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도안 리츠와 아사노 다쿠마가 릴레이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합작했다.
객관적 전력상 독일이 압도적 우위에 있었다. 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1위, 일본은 24위다. 하지만 일본이 초반 기세가 매서웠다. 전반 8분 마에다가 골망을 흔들었다. 이토의 크로스를 골로 연결했다. 그러나 오프사이드로 득점 취소됐다.
일본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독일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귄도안이 살아나면서 전반 중반 이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핵심은 '라움 시프트'였다. 독일은 왼쪽 풀백인 다비드 라움을 위로 올리는 변형 포백을 썼다. 일본의 오른쪽을 끊임 없이 공략했다. 일본은 라움을 막지 못했다. 그 결과 일본은 전반 31분 독일에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라움은 일본 골키퍼와의 1대1 기회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페널티키커로 나선 귄도안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했다.
독일은 기세를 올렸다. 전반 종료직전 카이 하베르츠가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득점이 취소됐다. 일본 입장에선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일본은 전반을 0-1로 밀린 채 마감했다. 점유율은 단 18%, 패스는 99차례에 불과했다.
일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구보 다케후사를 빼고 도미야스 타케히로를 투입했다. 수비 라인을 포백에서 파이브백으로 바꿨다. 후방을 단단히 세웠다. 라움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일본은 승부수를 띄웠다. 다시 한 번 교체 카드를 꺼냈다. 후반 12분 나가토모 유토, 마에다 다이젠을 빼고 미토마 카오루, 아사노 타쿠마를 동시에 투입했다. 후반 26분엔 다나카 아오 대신 도안 리츠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4분 뒤엔 사카이 히로키 대신 미나미노 타쿠미가 경기에 나섰다. 공격진을 대거 교체했다. 수비수 2명을 빼고 공격을 강화한 모험이었다.
카드는 적중했다. 미토마의 침투 패스에 이은 미나미노의 슛이 독일 골키퍼 마누에 노이어에게 막혔다. 뒤따라 들어오던 도안이 리바운드된 볼을 잡았다. 그는 골 지역 오른쪽에서 달려들며 왼발로 마무리해 동점골을 터뜨렸다. 일본은 후반 38분 아사노의 역전골까지 폭발하며 승리를 완성했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줄줄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대역전극을 마무리했다.
앞서 모리야스 감독은 "선수 시절 도하에서 월드컵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슬픔이 있는 곳이다. 지금은 감독으로서 훌륭한 선수, 스태프들과 함께 싸우기를 기대하고 있다. 도하의 비극을 환희로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는 8강 이상의 결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27일 오후 7시 코스타리카, 12월2일 오전 4시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연승에 도전한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