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벨기에가 캐나다와의 첫 경기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벨기에는 24일 오전 4시(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F조 조별리그 1차전 캐나다와의 경기를 갖고 1대0으로 승리했다.
전반 막판에 기습적으로 만들어 낸 선제골을 잘 지켜냈을 뿐,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서는 F조 최강의 체면을 다소 구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으로 벨기에는 2위, 캐나다는 41위다. 객관적 전력으로 보면 벨기에가 압도하는 경기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벨기에는 F조 약체로 꼽히는 캐나다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벨기에는 0대0으로 비긴 모로코, 크로아티아를 제치고 조 1위를 달렸다.
▶전반전= 벨기에 '죽다 살았다'
벨기에는 3-4-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에당 아자르가 공격 중심을 이끄는 가운데 미키 바추아이, 요리 텔레망스가 캐나다 골문을 공략했다.
케빈 더 브라위너, 악셀 비첼, 야닉 카라스코, 티모시 카스타뉴가 중원을 맡았고,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레안더 덴돈커가 수비라인을 책임진다. 골문은 티보 쿠르투아가 맡았다.
캐나다는 같은 3-4-3 전형으로 알폰소 데이비스-타혼 뷰캐넌- 조나단 데이비드가 스리톱에 서는 가운데 리치 레리에-아티바 허친슨-주니어 호일렛-스테픈 유스타키오가 중원을, 스티븐 비토리아-카말 밀러-알리스테어 존스턴이 후방을 책임졌다. 골키퍼 장갑은 밀란 보르얀이 꼈다.
벨기에는 전반 종료가 임박할 때까지 이변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고전했다. 전반 7분 실점 위기를 맞았다가 상대의 실축 덕분에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캐나다 뷰캐넌이 슈팅한 공이 수비하던 벨기에의 카라스코의 왼팔에 맞았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을 선언했고, 판독 결과 페널티킥으로 인정됐다. 캐나다의 믿고 있는 유망주 알폰소 데이비스가 키커로 나섰다. 하지만 하늘은 아직 캐나다 편이 아니었다. 데이비스가 왼발로 슈팅했지만 벨기에의 황금세대 골키퍼 쿠르투아가 상대의 '수'를 읽고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절묘하게 막아냈다.
이후에도 벨기에는 예상을 깨고 캐나다의 파상 공세에 고전했다. 전반 40분까지 슈팅수에서 캐나다가 13개로 벨기에(3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섰다.
내내 몰리던 벨기에는 그래도 '한방' 해결 능력이 있었다. 전반 44분 수비라인에서 길게 쏘아올린 '롱볼'이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잘 떨어졌다. 이에 바추아이가 쏜살같이 쇄도하며 왼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경기 내용에서는 체면을 구겼지만 결과는 벨기에가 가져 간 전반전이었다.
▶후반전=벨기에 '부끄럽게 끝냈다'
벨기에는 후반 시작부터 변화를 시도했다. 아마두 오나나와 토마스 뫼니에를 교체 투입하며 중원의 공격력을 강화했다. 전반의 열세를 만회하고,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한데 전반열세의 후유증일까. 벨기에는 전반과 비슷한 양상으로 캐나다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서인지 1-0으로 리드하고 있는 데도, 오히려 흥분하고 감정적으로 대하는 쪽이 벨기에 선수들이었다. 이를 대변하듯 후반에 교체 투입된 뫼니에와 오나나가 거친 플레이로 각각 후반 9분과 11분 만에 경고를 받았다. 캐나다는 기세를 몰아가기 위해 후반 12분 호일렛 대신 카일 래린을, 허친슨 대신 아스마엘 코네를 투입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어 벨기에도 양호한 활약을 보였던 아자르를 불러들이고 레안드로 트로사르를 투입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FIFA 랭킹 하위인 캐나다가 계속 몰아붙이고 벨기에가 역습에 의존하는 '뒤바뀐 상황'은 한동안 계속됐다. 하지만 이는 벨기에가 '붉은악마'의 발톱을 정비하는 시간이었다. 후반 20분이 지나면서 벨기에가 흐름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볼 점유율만 높였을 뿐, 위협적이지는 못했다. 오히려 꾸준히 라인을 끌어올리며 벨기에를 괴롭힌 캐나다의 투지가 더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캐나다는 의욕만 앞섰지 마무리 능력 등 정교함에서 '2%' 부족했고, 벨기에는 노련하게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간헐적 문전 공략으로 상대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결국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캐나다가 공격을 시도하다가 경기가 끝났다. 벨기에 벤치는 웃지 못했고, 캐나다는 그래도 잘했다는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