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불사르고 와라!"
'카잔의 기적'을 이룬 전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 신태용 감독(52·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의 응원은 짧고도 강렬했다. 신 감독은 4년 전 대한민국을 이끌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을 2대0으로 제압했다. 독일은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빛나는 세계 최강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보란듯 모두의 예상을 깨고 '카잔의 기적'을 일궈냈다.
고난을 이겨낸 환희였다. 한국은 러시아 대회를 앞두고 '부상악령'에 시달렸다. 공격, 미드필더, 수비 등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신 감독은 "4년 전에 독일을 이긴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당시에 부상 선수가 많았다. 플랜 A와 B까지 다 다쳤다. 플랜C를 만들어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수들을 많이 봤다. 사람들은 '신 감독은 왜 그렇게 테스트를 많이 하냐'고 했다. 생각하고 있던 선수가 다쳤다. 그렇다고 월드컵이란 무대를 대충 준비해서 갈 수는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다시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한국은 24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각) 우루과이와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첫 경기를 시작으로 가나(28일 오후 10시)-포르투갈(12월 3일 오전 0시)과 연달아 붙는다. 신 감독은 "첫 번째, 경기를 잘 하고 오라는 말을 하고 싶다. 1차전을 잘하면 의외로 수월하다. 냉정히 말해서 (4년 전에는) 1차전에서 패하면서 힘들었다. 1차전을 소극적으로 하면 패한다"고 조언했다.
관건은 '에이스' 손흥민(30)의 컨디션 및 경기력 회복 여부다. 손흥민은 지난달 안면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는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 감독은 "파울루 벤투 감독 입장에선 플랜A가 부상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 손흥민은 전력의 반이다. 손흥민을 대체할 선수는 없다. 현재 손흥민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 다만, 심리적인 부분이 신경 쓰인다. 마스크를 쓰고 뛰더라도 불안한 마음은 있을 수 있다.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경기에 나가는 11명, 선수단 26명 전체가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이번 대표팀에는 러시아월드컵을 경험한 선수가 많다. 카잔의 기적을 만들었던 선수들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기 위해선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4년 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신 감독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그는 2019년 말 인도네시아 총감독에 부임했다. 신 감독은 2023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을 앞두고 튀르키예와 스페인을 오가며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신 감독은 "냉정하게 평가해 강력한 우승 후보는 브라질이다. 전반적으로 탄탄한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다. 치치 감독이 오랜 시간 팀을 이끌고 있다. 안정적으로 팀이 만들어져 있다. 우리는 아시아를 대표해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후회 없는 월드컵을 치르고 왔으면 좋겠다. 후회하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면 된다. 불사르고 오라"며 힘을 불어넣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