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고우석(LG 트윈스) 선수처럼 자신만만하게 직구를 꽂는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군복무를 하는 사이 소속팀이 바뀌었다. 하지만 프로 1군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최 건(23)에겐 아쉬움 가득한 한 해였다. 사직의 뒷문을 지키는 필승조가 되리라던 다짐은 첫해부터 이뤄지진 않았다.
5경기 2⅓이닝 평균자책점 23.14. 사직구장에서 만난 그는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잖아요. 내년엔 좋은 성적 내야죠. 절 데려온 구단이나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습니다"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롯데는 장장 40일에 걸친 마무리훈련을 진행중이다. 특히 투수조는 배영수 코치의 불호령에 따라 한층 강도높은 체력훈련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이날은 훈련 도중 무릎을 살짝 접질려 남은 일정에선 실내 훈련에 집중했다. 하지만 최 건은 비명소리가 넘치는 선수단을 가리키며 "저도 평소엔 저기서 호랑이 창법으로 소리지르고 있어요"라고 했다.
"발목이 두꺼워서 그런지, 러닝이 진짜 힘들어요. 전 오래달리기도, 셔틀런도 오늘 했으면 불합격이에요. 오전에는 체력, 오후에는 기술 훈련을 하는데, 공 던질 때가 진짜 행복하다는 걸 느낍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프로 1군 무대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150㎞를 넘나드는 직구의 구위에는 자신있었다. 하지만 시즌 내내 안정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관중들로 가득 찬 사직구장 분위기도 낯설었다.
마무리훈련을 소화한 지금은 다르다. 당초 롯데 투수조 훈련지는 상동연습장이었다. 하지만 배영수 코치는 "어린 투수들이 실전에서 긴장하지 않으려면 탁 트인 사직구장 마운드에서 던지는 경험이 필요하다"며 강력하게 사직구장 사용을 요청, 승인을 받아냈다. 최 건은 "이젠 사직구장과 친구가 된 느낌입니다. 많이 익숙해졌어요. 처음엔 딱 등지고 섰을 때 너무 넓게 느껴졌거든요"라며 웃었다.
김원중 구승민 등 롯데 불펜을 주름잡는 선수들과는 아직 어색한 사이. 낯가림이 심한데다, 이번 마무리캠프 초반에도 어깨 부상으로 빠져 선배들과 친근함을 쌓지 못했다. 앞으로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무리캠프에서 가장 잘 뛰는 선수는 누구일까. 최 건은 "엉덩이부터 달라요"라며 김진욱을 꼽은 뒤, "제 몸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래저래 부상으로 마음고생도 겪은 만큼, 올겨울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몸관리다. 캐치볼로 감각을 단련하면서 등산과 웨이트에 전념할 예정이다.
"제가 몸을 쓰는 걸 잘합니다. 노래보다는 춤에 소질이 있어요. 듣는 건 발라드를 좋아하는데, 춤은 '스트리트 맨 파이터('스맨파')' 같은 스타일이 좋더라고요."
최 건은 '내년 이맘때 팬미팅에서 댄스 세리머니 어떠냐'는 말에 "내년 성적만 좋으면 못할 이유가 있습니까. 무조건 하죠"라며 웃었다. 따라가고 싶은 선수로는 한 살 위 고우석을 꼽았다.
"공이 너무 좋고, 그걸 자신있게 존에 꽂는 모습이 더 좋습니다. 올해는 너무 아쉬웠는데, 내년엔 유강남 선배님과 호흡을 잘 맞춰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하나로 뭉친 롯데를 기대해주세요."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