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드디어 결전의 시간이다. '쏘니'의 시간도 이제 안개가 모두 걷혔다.
'기적'에 가까운 회복으로 카타르를 뜨겁게 달군 손흥민(30·토트넘)이 24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 출격한다.
그의 말대로 실전 준비는 모두 끝났다. '마법의 몸'은 여전히 유효했다. '안와 골절' 수술에 따른 최소 4주간의 회복기간을 무려 10일 가까이 앞당겼다. 그는 4일 영국 런던에서 수술을 받았다. 20일 만에 무대에 오른다. 다만 안면 보호를 위한 마스크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분신'으로 여기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해 최선의 결과를 내자"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말대로 '캡틴' 손흥민은 막판 한껏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사실 카타르 입성 후에는 '무거운 캡틴'이었다. 당근이 없었다. '긴장'과 '집중'이 화두였다. 월드컵은 승선으로 만족하는 대회가 아니라 열매를 맺는 무대라고 했다.
결전을 앞두고는 예전의 '가벼운 캡틴'으로 돌아왔다. 22일 훈련에선 분위기메이커로 변신했다. 그는 '복싱 선수' 포즈로 김민재(26·나폴리)의 엉덩이를 몇 차례 가격하며 '뜨거운 우애'를 과시했다. 한데 김민재의 반응이 압권이었다. 그는 되돌아보지도 않았다. 아른거리는 '벌레 쫓기'에 바빴다.
동갑내기 절친 김진수(전북)에게는 '얘교'를 부렸다. 미니 '4대1 볼뺏기' 훈련에서 한 조가 된 김진수가 '술래'를 먼저하라며 몸으로 밀자 마스크에 손을 갖다 댄 후 "안보이는데"라며 능청을 떨었다.
비공개 훈련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필살기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프리킥이다. 우루과이, 포르투갈 등 강호와의 경기에서 최고의 무기는 역시 세트피스다. 상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손흥민의 프리킥이다. 토트넘의 절친에서 적으로 만나는 우루과이 '중원의 핵' 로드리고 벤탄쿠르도 인정하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전담 키커로 나설 정도로 그 능력이 '월드클래스' 급이다. 올해 A매치에서도 프리킥으로 무려 3골(칠레, 파라과이, 코스타리카)이나 터트렸다. 그야말로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 프리킥으로 한 골만 더 터트리면 '왼발의 달인' 하석주 아주대 감독을 넘어 한국 선수 최다 프리킥골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가 세 번째 월드컵이다. 그는 2014년 브라질(1골)과 2018년 러시아(2골) 대회에서 2회 연속 월드컵 축포를 터트렸다. 나란히 3골을 기록 중인 박지성 안정환(이상 은퇴)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리고 카타르에서 1골만 더 추가하면 한국 선수 월드컵 최다골 기록도 갖게 된다.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득점왕인 그는 세계적인 존재다. 하지만 손흥민에게 월드컵은 늘 눈물이었다. 이제는 다를 것이라며 출발선에 다시 섰다.
"팬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리스크는 어떻게든 감수해야 한다. 내가 가진 에너지, 실력, 능력 등을 최대치로 뽑아내서 특별한 월드컵을 만들어 내고 싶고 싶다." 카타르에서 손흥민의 질주가 시작된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