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프랑스 대표팀의 베테랑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36)가 자신의 마지막 출전이 될 수도 있는 월드컵 무대의 첫 판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새로운 전설'로 등극했다.
지루는 23일 오전 4시(한국시각) 카타르 알 와크라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D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팀의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전후반 1골씩 터트리며 4대1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프랑스도 조별리그 첫 경기 대승으로 '디펜딩챔피언 징크스'에 대한 우려를 지우며 대회 2연패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이날 호주전은 지루의 115번째 A매치 경기였다. 이전까지 지루는 114경기에서 49골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호주전에서 2골을 추가하며 '프랑스의 전설' 티에리 앙리의 A매치 최다골 기록(51골)과 타이를 이뤘다. 지루가 앞으로 이어질 월드컵 기간에 1골만 추가하면 앙리를 제치고 프랑스 역대 A매치 최다골 기록을 세우게 된다. 가능성은 매우 크다. 프랑스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로 예상됐던 카림 벤제마가 대회 개막을 앞두고 팀 훈련중 부상을 입어 대표팀에서 낙마하면서 지루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초 벤제마의 이탈로 프랑스의 전력 손실이 예상됐다. 하지만 지루가 날카로운 골 감각을 보여주며 이런 우려를 지웠다.
이날 프랑스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지루는 킬리안 음바페, 우스만 뎀벨레와 함께 스리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루가 중앙, 음바페와 뎀벨레가 좌우에 포진했다. 미드필더로는 오렐리앙 추아메니, 아드리앙 라비오, 앙투완 그리즈만이 출격했다. 포백 수비수는 벵자맹 파바르, 다요 우파메카노, 이브라힘 코나테, 뤼카 에르난데스. 골문은 위고 요리스 키퍼가 지켰다.
프랑스의 압도적인 우위가 예상됐던 경기는 초반 호주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다른 양상으로 흘렀다. 호주는 자신감 넘치게 디펜딩 챔피언을 몰아붙였다. 결국 전반 9분 만에 호주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중원에서 공을 잡은 호주가 우측 코너로 길게 롱볼을 올렸다. 우측 코너에서 공을 잡은 레키가 프랑스 수비수 에르난데스를 제치고 박스 안쪽으로 낮고 빠르게 크로스했다.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굿윈이 이를 받아 골문 오른쪽 코너로 강하게 차 넣었다. 프랑스는 선취골을 내준 데 이어 수비수 에르난데스까지 부상을 당해 교체되는 불운을 겪었다. 에르난데스는 첫 골로 이어진 롱패스를 수비하려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무릎에 부상을 입어 곧바로 동생인 테오 에르난데스로 교체됐다. 프랑스가 '디펜딩챔피언 징크스'를 겪는 듯 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불운은 여기까지였다. 전반 27분에 라비오가 에르난데스의 크로스를 동점 헤더골로 만들어냈다. 이어 지루가 전반 32분 라비오의 측면 패스를 가볍게 밀어넣으며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지루의 활약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후반 22분 음바페의 추가골이 터져 3-1로 앞선 후반 25분. 이번에는 음바페가 왼쪽 측면을 완벽하게 돌파하며 크로스를 올렸다. 박스 중앙에서 호주 수비 2명 뒤에 서 있던 지루가 훌쩍 뛰어올라 헤더골을 터트렸다. 승부를 결정짓는 골이었다. 지루가 확실한 해결사로서 벤자마의 공백을 지운 순간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