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역대급 명승부가 펼쳐졌던 삼성-LG의 2002년 한국시리즈. 11월10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낮에 열린 이날 경기는 한국시리즈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을 선사했다.
이승엽의 9회말 동점 스리런포에 이은 마해영의 역전 끝내기 백투백 홈런. 삼성의 한국시리즈 창단 첫 우승을 알리는 두방의 축포였다. 삼성은 환호했고, LG는 많이 아팠다.
명암이 엇갈린 이날 경기에는 삼성 히어로 이승엽이 있었고, 듬직하게 3루를 지킨 김한수가 있었다. LG에는 포기 없는 투혼 속에 명승부를 선사한 김성근 감독이 있었고, 촉망 받던 신인타자 박용택이 있었다.
그로부터 20년 세월이 훌쩍 흘렀다. 각자 다른 2002년의 기억을 간직한 전설의 레전드 4명이 지난 20일 잠실야구장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2022 곰들의 모임 행사 일환으로 펼쳐진 두산베어스와 최강야구 팀의 한판 승부.
최강야구 전임 사령탑 이승엽 감독은 두산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삼성 시절 선배 김한수 수석코치는 이승엽 감독을 돕기 위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최강야구의 이승엽 감독 공백은 '야신' 김성근 감독이 메웠다.
'신인'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뒤 트윈스의 레전드로 활약한 박용택 위원. 그가 프로 첫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과 20여년 만의 해후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최강야구 멤버로 참가한 박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프로야구 시작을 21년 전인 2001년 가을에 김성근 감독님과 함께 했다.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도록 해주신 감사한 분이다. 최강야구에서 다시 뵀는데 특타나 티볼 때 '뭘 이리 힘들어 하느냐'며 나이를 물으시길래 '제가 올해 마흔다섯입니다'라고 말씀 드렸더니 시간이 빠르다고 하시더라. 20년 세월이 금방 지나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첫 만남 당시 스물셋 청년이었던 루키 선수. 20년 세월 속에 그가 달던 33번은 LG의 영구결번으로 남았다. 은퇴 후 그는 명 해설자 겸 최강야구 선수로 변신했다.
지도나자 행정가로 KBO리그 발전을 이끌어 가야할 한국야구의 소중한 자산. 21년 만에 노 감독과의 해후가 특별한 깨우침을 던졌다. 자칫 안주할 뻔 했던 자신을 채찍질 하는 계기가 됐다.
"놀라운 부분이 있었어요. 사실 최강야구서 뛰는 우리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자조적으로 '그게 됐으면 프로야구 선수지'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김 감독님께서 '너희들 돈 받고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아, 그럼 지금 우리는 프로야구 선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슴과 머리를 때리더라고요. 그런 의식들 속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될 수 있고, 또한 감독님 옆에서 지도자로 어떤 의식 속에 있어야 하는지 앞으로 많이 배워가야 할 것 같아요."
최강야구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쟁쟁한 왕년의 스타들. 박용택을 포함한 그들 모두 언제든 지도자 등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한국야구의 자산들이다.
'백전노장' 김성근 감독과의 재회는 이들 예비 젊은 지도자에게 새로운 철학을 정립하는 시간이 될 지도 모르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