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사일(카타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적어도 전반전만 보면 주인공은 리오넬 메시가 아닌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이었다.
아르헨티나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22일(한국시각) 카타르 루사일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을 치렀다. 눈과 귀는 메시로 향했다. 모든 것을 거머쥔 메시지만, 유일한 오점은 월드컵 우승이다. 다섯번째 월드컵에 나선 메시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작별을 고했다. 그는 '라스트 댄스'를 노린다. 메시는 모든 것을 걸었다. 이를 반영하듯 그를 향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훈련부터 기자회견까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날 경기장 선수 호명에서도 '조용한' 카타르를 들썩이게 할 함성이 쏟아졌다.
시작은 산뜻했다. 전반 1분 만에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왼발슛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기어코 사우디 골문을 뚫었다. 아르헨티나와 사우디 선수의 몸싸움이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페널티킥으로 선언됐다.
전반 10분, 키커로 나선 메시는 침착하게 상대 골키퍼 모하메드 알 오아이스를 반대로 따돌리고 골네트를 갈랐다. 메시의 월드컵 7호골.
하지만 이후 아르헨티나는 번번이 오프사이드에 발목이 잡혔다. 무려 3골이 취소됐다. 22분 누후엘 몰리나의 패스를 받은 메시가 골키퍼와 맞서는 상황에서 침착한 왼발슛을 성공시켰지만, 오프사이드로 무산됐다. 이어 27분에는 메시의 스루패스를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절묘한 칩슛으로 마무리했지만 이번에도 오프사이드였다. 주심은 VAR 결과 노골을 선언했다. 34분에도 메시의 스루패스를 라우타로가 골키퍼까지 제치며 득점으로 연결했지만, 이번에도 오프사이드였다.
메시 입장에서는 오프사이드로 2개의 도움을 날렸다. 이번 대회는 처음으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OAT)'을 도입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판정 시비를 없애기 위해 많은 축구 과학을 도입하고 있는데, 논란의 중심에 있던 오프사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을 꺼냈다. 반자동 시스템이 먼저 오프사이드를 확인해 이를 심판들에게 전달, 더 정확하고 빠르게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 과정은 이렇다. 경기장 지붕 아래에 설치된 12개의 추적 카메라가 공과 그라운드 위 모든 선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읽고, 오프사이드 상황이 전개되면 곧바로 VAR 심판실에 알린다. 추적 카메라는 각 선수의 관절 움직임을 29개의 데이터 포인트로 나눠 인식하며, 선수가 어떤 몸동작을 하고 있는지를 초당 50회 빈도로 읽어낸다. 또 이번 월드컵 공인구인 '알릴라' 안에는 관성측정센서(IMU)가 장착돼 초당 500회 빈도로 공의 움직임을 VAR실로 전송한다. 70초 내에 오프사이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은 카타르-에콰도르와의 첫 경기부터 존재감을 과시했다. 시작 3분 만에 카타르 골망이 출렁였다. 프리킥 상황에서 골키퍼가 제대로 볼을 처리하지 못했고, 흐른 볼을 펠릭스 토레스가 하프 발리로 연결했다. 크로스 처럼 된 볼을 '에콰도르의 캡틴' 에네르 발렌시아가 뛰어들며 헤더로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첫 골. 하지만 VAR(비디오판독)실과 교신하던 주심은 이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취재진은 일순간 술렁였다. 느린 장면으로는 도저히 오프사이드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 '개최국을 도와주려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후 영상이 공개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득점에 앞서 에스트라다의 발끝이 미세하게 카타르 수비수 보다 앞서 있었다. 특별 기술이 아니었다면 잡을 수 없는 '미세한' 차이였다.
루사일(카타르)=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