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우루과이전, 벤투호가 정면 승부를 해도 가능하다."
한국 축구 월드컵 역사에서 선수, 감독, 행정가로 모두 참여한 '산증인'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67)을 최근 스포츠조선이 만났다. 멀티 플레이어였던 그는 1986년 멕시코대회 때 선수로 출전, 이탈리아전서 1골을 터트렸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사령탑으로 한국의 월드컵 첫 원정 16강을 달성해 축구사의 큰 획을 그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는 단장(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신분)을 맡았다.
▶벤투호는 한국 역대 최강의 월드컵 대표팀
허 이사장은 이번 카타르월드컵에 나서는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을 높게 평가했다. 이번 포함 총 10번의 월드컵대표팀 중 한마디로 최강팀이라고 했다. 그는 "가장 안정적이고, 전 포지션에서 멤버 구성이 고르게 좋다. 굳이 아쉬운 점을 뽑자면 양쪽 풀백이다"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벤투 감독이 뽑은 최종 엔트리(26명)는 무난했다고 평했다. 단 하나 스피드가 좋은 엄원상(울산)도 데려갔으면 좋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는 손흥민 김민재 같은 세계적으로 큰 선수가 있다. 이런 선수가 있으면 싸움을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다. 손흥민이 있으면 주변 선수들이 편해진다. 더 자유롭게 움직이고 좋은 슈팅 찬스도 나온다"면서 "남아공 때는 큰 무대에서 뛴 선수는 박지성 이영표 기성용 이청용 차두리 정도였다. 기성용 이청용은 당시 어렸다. 지금은 월드컵과 유럽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많다. 이제 우리 선수들이 빅팀을 만나도 주눅들지 않는다. 역대 최강의 베스트11이 맞다"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태극전사들이 자신감을 갖고 팀을 위해 하나가 된다면 16강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평했다.
▶지금은 벤투에게 모두의 기를 모아주자
벤투호는 이번에 우루과이(24일)→가나(28일)→포르투갈(12월3일) 순으로 대결한다. 허 이사장은 "첫 상대 우루과이를 꼭 잡아야 16강에 가기 쉽다. 12년전 남아공에서 붙었던 우루과이 보다 지금의 우루과이는 약해졌다. 공격수 수아레스 카바니가 노쇠화됐다. 신예 누녜스가 있지만 김민재 김영권이라면 막을 수 있다. 우루과이의 수비는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두번째 가나전까지 1승1무를 거둔다면 조별리그 통과가 가능하다고 봤다. 허 이사장은 "최근 귀화 선수를 여러명 발탁한 가나의 조직력은 완성된 모습은 아니다. 상대의 약점을 잘 파고들면 분명히 기회가 올 것이다. 가나의 경기 템포가 빠르지 않고 우리가 프레싱을 강하게 하면 좋은 슈팅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2010년 남아공에서 허정무호는 1승1무1패로 아르헨티나(3승)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첫 그리스를 2대0으로 잡았고, 아르헨티나에 1대4로 졌다. 마지막 나이지리아전서 2대2로 비겼다. 허 이사장은 "대회전 우리가 세웠던 시나리오 대로 흘러갔다. 그리스전 필승이 컸다. 아르헨티나전은 비기면 좋고 져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큰 점수차로 진 후 캠프로 돌아가 휴식을 주문했는데 주장 박지성이 찾아와서 '선수들이 운동을 하자'고 했다는 반응을 전했다. 난 그때 태극전사들의 자세를 보고 16강에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결국 허정무호의 16강 확정은 나이지리아와 비기면서 달성됐다. 16강에선 우루과이와 선전을 펼쳤지만 1대2로 졌다. 당시 라이징 스타 수아레스에게 믿기 어려운 감아차기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경기 내용은 대등했다.
허 이사장은 "포르투갈이 우리와 비교하면 더 센 팀인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호날두는 전성기를 지났다. 2002년 히딩크호가 싸웠던 포르투갈 보다 강하다는 느낌은 아니다. 잘 대처하면 벤투호도 승점을 따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은 벤투 감독을 평가하기 보다 그에게 온 국민의 기운을 모아줄 때라고 했다. 벤투 감독이 어떤 게임 플랜을 갖고 나가 태극전사들과 싸우느냐가 포인트라고 했다. 허 이사장은 "상대의 장점을 죽이고,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세트피스를 활용한 공격과 수비를 더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정무호는 남아공서 세트피스로 4골을 넣었다.
▶이민성 감독에게 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허 이사장은 구단 경영자로 변신해 대전하나를 이끈 지 3년 만에 팀을 1부 승격으로 이끌었다. K리그 전문가들 사이에선 "역시 성공한 축구인 행정가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전하나는 올해 승강플레이오프에서 김천 상무를 끌어내렸다. 그는 "내년이 더 걱정이다. 지금 잘 준비하지 않으면 내년에 강등권에서 힘겹게 싸울 것이다. 절대 안주하면 안 된다. 더 많은 투자로 스쿼드를 보강해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예산이 만만치 않다. 좋은 스쿼드를 갖추는 게 보통 어렵지 않다"고 했다. 최근 함영주 대전하나 구단주는 팀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허 이사장은 팀을 2년 만에 1부로 승격시킨 이민성 감독에게 더 기회를 주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