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패럴림픽 직후인 2018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듬해 2019년 시작한 장애인스포츠강좌 이용권 사업이 내년이면 5년차다. 올해 66억원이었던 관련 예산은 내년 116억원으로 '50억원' 늘었다. 긴축재정 기조에도 '장애인체육 활성화' 예산은 줄지 않았다. 함께 사는 세상, 가야할 길이라는 공감대다.
내년부터 만19~64세(1959년생~2004년생) 장애인은 월 9만5000원, 1년 12개월 온-오프라인 스포츠강좌 수강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월 8만5000원, 10개월'의 기존 지원이 확대됐다. 10일 기준 올해 장애인스포츠강좌(이하 장스강) 이용권의 혜택을 받고 있는 전국 등록 장애인은 9182명. 지난해 5752명에 비해 무려 60%가 늘었다. '장스강'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시설 역시 1576개에서 2320개로 47% 늘었고, 장애인들이 실제 이용한 가맹 시설도 752개에서 1179개로 57% 늘었다. 한번도 신청 안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신청한 사람은 없다는 '장스강'. 내년 신청이 시작된 11월, 장애인들 사이에 '운동 맛집'으로 소문난 체육시설 2곳을 찾아 이용 현황을 직접 살폈다.
▶'장애인스포츠강좌 이용권' 운동 맛집에서 만난 사람들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립 곰두리체육센터는 이른 아침부터 수영, 헬스를 즐기고자 센터를 찾은 장애인들로 북적였다. 휠체어 전용 운동기구가 들어찬 헬스장, 휠체어 입수 경사로를 갖춘 수영장 등 장애인 누구나 장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송파 유일의 시설이다. 수영, 헬스, 골프, 배드민턴, 골프 등 다양한 종목 강습을 3만~4만원에 받을 수 있다. 9만5000원의 '바우처'로 2~3종목을 수강할 수 있다.
13년째 이곳에서 헬스, 수영을 즐겨온 박진모 회원(58)은 "작년 8월부터 장애인스포츠강좌 이용권을 쓰고 있다"고 했다. "다리를 못 쓰니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상체 근력 운동을 하라고 권했는데, 매월 8만원은 적지 않은 돈이었다"고 털어놨다. "운동을 안했다면 집에서 TV만 보고 누워 있었을 것"리라면서 "우울증에 걸렸을 수도 있다. 운동하러 와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자체가 건강이자 장애를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집에서 15분 거리의 이런 좋은 시설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건 복받은 일"이라며 웃었다.
수영장에서 만난 서미경 회원(54) 역시 "기초수급자들에게 9만5000원은 큰 돈이다. '장스강'은 돈 걱정 없이 맘껏 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참 좋은 정책"이라고 호평했다. "형편이 어려운 부부가 함께 헬스, 수영 두 종목을 하기에 물어봤더니 이런 제도가 있다더라. 처음 가입과정은 좀 힘들었지만 재등록은 간단하다. 나도 주변에 적극 알리고 다닌다"면서 "지난달 전국장애인체전에선 탁구 금메달, 동메달도 땄다. 여기 같이 수영하는 분들 다 메달리스트들이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운동의 즐거움을 나누면 좋겠다"고 바랐다.
'장스강' 활성화를 위해선 선택의 폭을 넓혀줄 민간체육시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장스강' 월 회원만 75명인 서울 강북구 번동 뉴힐링라이프 강북점, 윤석진 회원이 치료사 출신 김형준 팀장과 1대1 트레이닝 중이었다. 오른손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탄력밴드를 이용한 스트레칭, 캐치볼 게임에 몰입했다. 이곳에선 치료사 출신 장애인 재활 스포츠 전문가들이 1대1 퍼스널트레이너로 붙어 맞춤형 운동법을 제공한다.윤 회원은 '장스강'을 활용, 이곳에서 1년 넘게 운동중이다. 그는 "어느날 아침 눈을 떴는데 몸 한쪽이 안움직이더라"고 했다. "2년은 휠체어를 탔다. 작년부터 이곳에서 '장스강'으로 한달에 두 번씩 운동을 하는데 정말 많이 좋아졌다"며 미소 지었다. 수강료는 40분에 4만원 정도. '장스강'으로 월 2회 강습이 가능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운좋게 이 센터를 알게 됐다. 운동을 하다보니 활기가 생긴다. 요즘은 둘레길도 걷고, 등산도 한다"고 했다.
▶'장스강' 맛집의 영업 비법
곰두리체육센터의 '장스강' 월 회원은 92명에 달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인정하는 '장스강' 최우수기관 중 하나다. 15년째 이곳에서 일해온 한세희 팀장의 진심이 빛을 발했다. 컴퓨터 등록과 온라인 결재에 익숙치 않은 장애인들, 음성지원이 필요한 시각장애인들은 수시로 한 팀장에게 SOS를 친다. 매년 등록철이면 한 팀장 전화는 불이 난다. "제 번호가 만천하에 다 공개됐다. 밤 10시에도 결재, 등록을 도와달라는 전화가 온다"며 웃었다. "장애인 회원분들이 오면 어떻게든 '장스강' 이용을 독려한다. 저같은 체육시설 실무자뿐 아니라 시군구 담당 직원들, 각 시설 담당자의 관심도 중요하다"고 했다.
1988년 패럴림픽 마스코트 '곰두리'체육센터 인근에 2018년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체육센터도 곧 건립예정이라고 했다. "우리 센터에서 헬스, 수영을 하고 싶은데 인원 제약으로 대기하는 분이 많다. 다른 종목으로 돌려서 배치해드리고 있지만, 반다비센터가 들어서면 이분들이 정말 좋아하실 것같다"며 웃었다.
장애인들이 전체 회원의 70%를 차지하는 뉴힐링라이크 강북점도 CEO의 철학이 남달랐다. 장애인, 재활에 대한 이해도, 치료사들의 전문성에 친절한 온-오프라인 홍보를 통해 입소문이 났다. 임창섭 대표는 "지금같은 '장스강' 모집 기간, 우리는 영업사원"이라고 했다. 지역 시설, 복지관을 누비며 적극 '모객'에 나선다. "아직도 '장스강'을 모르거나, 알아도 신청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이 많다. 특히 중증 장애인일수록 운동이 필요한데 집에만 있다 보면 정보를 얻기 힘들다. 이런 분들을 위해 더 많은 홍보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 대표는 "장애인들이 운동으로 활력을 찾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기쁘다"면서 "더 많은 민간 체육시설이 가맹하면 좋겠다. 우린 이 시장이 더 커지길 희망한다. 돈도 벌면서 보람도 따라오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며 웃었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모두의 스포츠'를 누릴 수 있도록
대한민국 장애인들의 건강 습관을 책임질 2023년 '장스강' 신청은 오는 24일까지 진행된다. 장애인스포츠강좌 이용권 홈페이지와 주민등록상 관할 시군구청을 방문해 신청하면 각 자치구에서 대상자를 선정한다. 마감 일주일을 앞둔 17일 현재 신청자가 9000명에 육박했다. 1만4000명 모집을 목표 삼고 있다. '장스강' 1만 명 시대는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이다.
평소 요가, 수영을 즐기는 정재우 문체부 장애인체육과 주무관은 장애 당사자이자 사업 담당자로서 확고부동한 정책 의지를 전했다.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은 장애인에게 '차별없는 운동 기회'를 제공하고, 건강해질 권리를 부여하며,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경제적 부담도 덜어주기 위한 취지의 정책"이라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장애인들이 수혜를 누리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스강' 활성화를 위해 발로 뛰는 이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장스강 이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장애인체육 친화시설, '지자체' 담당자들에게 올해부터 문체부장관 포상 등 인센티브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