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금까지 벤투호의 가장 큰 적은 우루과이도, 가나도, 포르투갈도 아닌 '부상'이었다.
사상 첫 겨울월드컵의 여파였다. 빡빡한 리그 일정 속 부상자가 속출했다. K리거, 유럽 리거, 가릴 것이 없었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까지 쓰러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례적으로 일정에 관해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최종 26명의 선수를 골랐다. 예상된 선수들이 뽑혔다는 평가였지만, 그 중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 선수들이 제법 됐다. 그래서 이들의 컨디션 회복 여부는 사상 두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노리는 벤투호의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
14일(이하 한국시각) 결전지인 카타르 도하에 입성한 벤투호의 첫번째 미션도 '회복'이었다. 둘째날부터 비공개 훈련으로 전환한 벤투호는 아직 100%의 전술훈련을 진행하지 못했다. 부상자와 유럽파들의 몸상태 때문이었다. 24일 우루과이와의 첫 판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일주일.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에이스' 손흥민의 몸상태는 당초 우려보다는 상황이 괜찮은 듯 했다. 안와 골절로 수술을 한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집중 회복 훈련을 한 후, 16일 카타르 땅을 밟았다. 곧바로 당일 훈련에 참가했다. 검정색 마스크를 쓴 손흥민은 러닝에 이어 가볍게 공을 차기도 했다. 런던에서 한 훈련에서 스프린트까지 진행했다는 것을 보면 몸상태는 문제가 없는 듯 했다. 마스크 적응과 충돌에 대한 트라우마 극복이 중요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빠르면 우루과이와의 1차전 출전도 가능할 전망이다.
'부동의 왼쪽 풀백' 김진수(전북)의 복귀도 호재다. 김진수는 14일 첫 훈련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진수는 러닝은 물론, 가법게 패스를 주고 받으며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 소속팀 일정을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한 김진수는 시즌 막판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인해 국내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아이슬란드와의 마지막 평가전에도 뛰지 못했다. 하지만 휴식과 재활에 집중한 김진수는 카타르 현지 훈련에서 조금씩 컨디션을 올리고 있다. 물론 아직 정상은 아니다. 김진수는 15, 16일 팀 훈련 대신 회복 훈련에 중점을 뒀다. 17일부터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18일 훈련에서는 강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해외파들의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우려를 낳았던 '괴물' 김민재(나폴리)는 첫 날부터 정상 훈련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릴 정도로 컨디션이 좋은 모습이었다. '황태자' 황인범은 "다른 선수들을 봐도 내가 제일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김민재와 황인범은 합류 첫 날만 열외로 훈련을 했을 뿐, 이후에는 정상 훈련을 진행했다. 15일 벤투호에 합류한 이재성(마인츠)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은 아예 첫 날부터 정상 훈련을 소화했다.
고민은 '황소' 황희찬(울버햄턴)이다. 울버햄턴에서도 잦은 부상으로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던 황희찬은 카타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14일 카타르에 온 황희찬은 첫 날 훈련도 함께 하지 못했다. 그는 왼쪽 햄스트링에 불편함을 느꼈다. 그라운드 대신 숙소에서 실내 훈련으로 대신했다. 검사 결과에선 문제가 없지만, 민감한 햄스트링이기에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둘째날 훈련에서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공을 차는 대신, 사이클을 탔다. 그는 셋째날에도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김진수 손흥민과 함께 회복훈련에 나섰다. 황희찬은 "많이 좋아졌다. 조만간 팀 훈련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하(카타르)=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