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저는 아직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는 것 보다 야구를 잘했을 때 기분이 더 좋습니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는 '결혼' 보다 '야구'를 당장의 목표로 꼽았다. 이정후는 1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BO 시상식에서 타격 5관왕과 MVP를 수상했다. 아버지 이종범 LG 코치(1994년 MVP 수상)에 이어 KBO리그 최초의 '부자(父子) MVP'를 수상했다.
이날 이정후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같은 시상식에서 투수 세이브 부문을 수상한 LG 트윈스 고우석과 곧 가족이 된다. 199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청소년 대표팀에서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 사이다. 그리고 오래 알아온 이정후의 여동생 이가현씨와 고우석이 내년 1월 결혼식을 올린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마무리 캠프 중인 이종범 코치를 빼고, 이정후의 어머니 정연희씨와 동생 이가현씨가 '선수가족석'에 자리했다.
고우석은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이정후에게 결혼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냐는 질문에 "자동차"라고 답했다가 "농담이다. 좋은 선물을 이미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정후가 준 선물은 고급 브랜드의 캐리어(여행용 가방)였다. 이정후는 "사실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었다. 뭐든 이야기 하라고 했는데, 두 사람이 가방을 고르더라. 그래서 사줬다"고 이야기 했다.
이정후는 친구와 여동생의 결혼에도 전혀 싱숭생숭(?)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취재진이 '혹시 결혼 계획은 없냐'고 묻자 "저는 천천히 하겠다. 아직은 꿈을 향해 좀 더 달려가고 싶다"면서 "언젠가는 좋은 사람이 나타날거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야구를 잘했을 때의 기분이 여자친구랑 데이트 할 때 보다 좋다. 또 제가 약간 기분이 안좋아지면 제 멋대로 하는 부분이 있어서 상처를 줄 수도 있다"며 결혼은 나중으로 미뤘다.
이정후의 다음 목표는 2년 연속 MVP다. 아버지 이종범 코치도 단 한 번 밖에 못 받아본 MVP다. 이정후가 한번 더 수상을 하게 되면, 아버지를 넘어서게 된다. 해외 진출 역시 이제는 구체적으로 논의를 해야 할 때다. 이정후는 "아직 단장님과 운영팀장님이 한국에 안 계셔서 이야기를 못했다. 돌아오시면 한번 논의를 해볼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소공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