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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필요해" 만류 뿌리친 14년차 베테랑 투수, '가시밭길' FA 택한 진짜 속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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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데뷔 14년만에 생애 첫 FA가 됐다. 그 속내가 마냥 밝진 않다.

강윤구(32)는 지난 16일 FA 신청 선수로 공시됐다. 마무리훈련을 소화중이던 그는 구단에 FA 의사를 전달한 뒤 캠프를 나와 개인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략적 FA'를 의심했다. 영입 가능한 FA 숫자를 늘리고, 보호선수 명단을 편하게 짜기 위해 구단과 합의한 FA가 아니냐는 것. 지난해 2차 4라운드 신인 지명권과 맞바꾼 선수이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강윤구의 대답은 달랐다. 16일 스포츠조선과 연락이 닿은 그는 "고민이 많았다. 주변에 말리거나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FA를 택했다. 이제야 속이 좀 후련하다"고 했다.

"일단 FA를 채웠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 성적만 보면 안 하는게 맞다는 거 모르겠나. 하지만 롯데가 가는 방향이 나와는 달랐다. 설령 FA 재수를 해도 의미가 없다고 봤다. 나이만 한살 더 먹을 테니까."

현실적으로 10개 구단 중 좌완 불펜이 가장 급한 팀은 다름아닌 롯데다. 김진욱을 선발 자원으로 보면, 내년에도 검증된 좌완 불펜은 김유영 하나다. 구단 측은 '롯데만큼 왼손투수가 없는 팀이 없다. 우린 네가 필요하다'며 붙잡았다.

하지만 강윤구가 원하는 건 던질 수 있는 '기회'다. 강윤구는 "선발, 불펜, 원포인트 가릴 처지도 아니고, 돈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더 많이 던지고 싶다. 원포인트 릴리프라면 그래도 60~70경기는 나와야 의미가 있지 않나. 1주일에 한번 나와서 1~2타자 상대했다. 선발투수보다 뜸했다"며 속상해했다.

키움(당시 넥센) 히어로즈 시절엔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유망주였다. NC 다이노스 이적 초기엔 든든한 좌완 불펜의 면모를 보였지만, 팀이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20년의 부진이 뼈아팠다. 지난해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에도 성적은 좋지 못했다. 스스로는 은퇴까지 고민했을 정도.

올해 성적은 평균자책점 5.48,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 -0.07. 하지만 FIP(수비 무관 투구, 스탯티즈 기준)는 1.79였다. 투수 입장에선 아쉬운 상황이 많았다는 얘기다.

현장에서도 '구위가 올라왔다'고 판단했다. 부상으로 이탈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꾸준히 1군에 머물렀다. 하지만 29경기 21⅓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다.

"올해 몸상태는 확실히 달랐다. 세부 성적을 다 챙겨봤다. 피홈런도 없었다. 하지만 구단은 젊은 투수들에게 더 기회를 주길 원했던 것 같다."

예전처럼 150㎞대 강속구를 펑펑 꽂진 못해도, 여전히 140㎞를 상회하는 직구에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가진 '좌완' 투수다.

과거와는 달리 FA 등급제가 있다. 강윤구는 C등급 FA다. 영입하는데 필요한 건 연봉의 150% 보상금 뿐이다. 올해 연봉은 7300만원, 따라서 1억 950만원이면 보상선수 없이 강윤구를 영입할 수 있다.

당분간은 포수를 비롯한 거물급 FA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 강윤구는 차분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생각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