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마스크, 생각보다 편안했어요."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이 '마스크맨'으로 변신했다. 손흥민은 16일 오후 4시(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 에글리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벤투호의 세번째 훈련에 참가했다. 손흥민은 같은 날 오전 7시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슈퍼스타' 답게 취재진, 한국팬들, 심지어 카타르 현지 팬들까지 수십명 몰렸고, 결국 혼잡을 정리하기 위해 현지 경찰과 공항 보안 요원까지 나섰다. 손흥민은 밝은 미소로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쉼표는 없었다. 짧은 수면을 취한 손흥민은 곧바로 훈련에 나섰다. 훈련에 앞서 단체 사진 촬영을 통해 신고식을 마친 손흥민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입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눈길은 역시 마스크에 쏠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5일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제작한 마스크를 들고 올 것이다. 착용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한 바 있다.
손흥민은 2일 프랑스 마르세유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에서 전반 23분 상대 선수의 어깨에 얼굴을 부딪혀 쓰러졌다. 경기 후 정밀 검사 결과, 안와 골절 진단을 받았다. 손흥민은 4일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2022년 카타르월드컵 최종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본선에서 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손흥민의 상태에 대해서는 토트넘도, 협회도 정확한 언급을 꺼렸다.
손흥민은 결국 마스크 카드를 꺼냈다. 손흥민은 입성 첫 날부터 마스크를 착용했다. 카본으로 만들어진 검정색 마스크. 왼쪽에는 그의 상징인 숫자 '7'이 새겨져 있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인지, 마스크 착용부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스크를 착용한 손흥민은 동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묻기도 했다. 손흥민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훈련을 함께 했다. 어색한지 여러 차례 마스크를 만지는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20분 정도 선수단과 함께 훈련한 뒤, 아직 몸상태가 완전치 않은 김진수(전북) 황희찬(울버햄턴)과 회복훈련을 진행했다.
손흥민은 훈련 후 치러진 기자회견에서 마스크 착용 소감을 전했다. 그는 "생각보다 편안했다. 나쁘지 않았다. 영국에서 썼을 때의 느낌과 달랐다. 날씨가 덥다보니 신경이 쓰였다. 계속해서 만진 이유가 사람의 얼굴 형태가 다르고 붓기도 다르고 하다보니 그랬다"고 했다. 손흥민은 20분 정도 선수단과 함께 훈련한 뒤, 따로 회복훈련을 진행했다.
첫 날부터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것, 그만큼 빠르게 적응하겠다는 의미다. 8일도 남지 않은 우루과이와의 1차전(24일)에서 뛰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시로 읽힌다. 손흥민은 자신의 상태에 정확한 언급은 피했다. 그는 "지금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어려운 부분이다. 나는 의사가 아니다. 알 수 있었으면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지만 답해드릴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이다. 건강해도 다칠 수 있다. 또 다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다만 상태는 나쁘지 않은 듯 했다. 그는 "오기 전부터 구단에서 계속 훈련을 따로 진행했다. 볼도 계속 찼다. 전전날 소속팀 훈련에서는 스프린트까지 진행했다. 큰 문제는 없다. 수술은 잘됐고, 오히려 컨디션적으로 재충전하는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위험 감수는 내가 하는 것이다. 팬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감수하고 싶다"며 "세번째 월드컵 누구보다 간절하다. 가진 에너지, 실력, 능력을 최대치로 뽑아서 특별한 월드컵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손흥민이 마침내 출발선에 섰다. 그의 월드컵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하(카타르)=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