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한창이다. 30~40대의 오너 3·4세가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경영수업을 바탕으로 쌓은 미래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중책을 담당, 경영능력 입증에 나선만큼 경영승계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경영 일선에서 활약 중인 1980년대생 오너 3·4세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HD현대 사장,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 등이 있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구동휘 LS 전무,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도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중 세대교체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인 곳은 한화그룹이다. 1983년생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일찌감치 김승연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 경영 일선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김 부회장은 2010년 한화그룹의 차장으로 입사, 다양한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지난 8월 사장이 된 지 2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입사 초기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태양광사업 등을 통해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친환경에너지를 비롯해 방산산업을 총괄하며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사장이 최근 승진, 경영능력 입증에 나선다. 이 사장은 1984년생으로 내년 1월 출범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각자 대표로 내정됐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BMW, 아우디, 볼보, 지프, 롤스로이스 등 수입차 부문을 통합해 출범, 종합 모빌리티 사업자로 도약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 사장도 목표 달성을 위해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실적 확대가 경영승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웅렬 명예회장은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경영승계와 관련해 "경영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982년생인 정 사장은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올랐다. 재계 안팎에선 1980년대생 오너 3·4세 중 회장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13일 한국을 방문한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과 만나 사업협력 확대 방안 등에 관한 환담을 나누는 등 대외 활동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은 최근 회사 내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배구조상 SK그룹에 속해 있지만 최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한 곳으로 최 사업총괄로 경영승계가 예상되는 곳이다. 1981년생인 최 사업총괄은 최 전 회장이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올해 3월 사내이사에 오르는 등 지배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사내이사에 오른 뒤 SK네트웍스 주식 181만주(85억상당) 매입하는 등 지분율도 끌어올렸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을 미래신성장동력 사업으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의 경영승계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1982년생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외아들 구동휘 E1 전무는 E1과 LS네트웍스 사내이사에 선임, 친환경ㆍ신재생에너지 분야 사업영역 확대 등 미래신성장동력 마련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가 최근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자주 보이며, 경영승계 보폭을 넓히고 있다. 1986년생인 신 상무는 2014년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20년 10월 일본 (주)롯데 유통기획부 리테일 담당 부장으로 입사, 롯데그룹에 합류했다. 지난해 4월 일본 롯데홀딩스 영업전략부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에 올랐다. 신 상무는 지난 9월 신 회장의 사면 후 첫 해외 출장지인 베트남 출장에 동행했고, 롯데그룹 4개의 HQ(헤드쿼터) 사장단으로부터 경영현안 등을 보고 받는 등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성장동력 마련이 국내 주요 기업의 숙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오너 3·4세의 경영일선 등장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래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과 전략 실천을 주도할 인재 활용을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경영능력을 얼마나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경영승계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