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완판을 부르는 K스타의 힘이 대단하다.
방탄소년단(BTS) 효과는 BTS의 노래처럼 '다이너마이트'급이다. 블랙핑크도 마찬가지다. 이민호, 트와이스, NCT 등 K스타 이름만 붙어도 시장이 들썩인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이 인용한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BTS가 매년 한국경제에 36억 달러(약 5조1696억원) 이상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러한 '성공방정식' 때문에 다양한 기업들이 앞다퉈 K스타와 손을 잡고 있다.
즉각적인 매출 증대는 물론이거니와, 해외 시장에서의 인지도 제고 효과 역시 확실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린다거나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한다면,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만한 선택지도 없다.
▶블랙핑크·BTS 효과에 '입이 쩍'…"이 맛에 한류스타 쓰지"
젠틀몬스터의 '제니 선글라스'는 일찍이 완판 상태다. 블랙핑크 제니가 정식 광고 모델이 아닌데도, 이 선글라스를 착용한 공항 패션이 카메라에 찍힌 뒤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현재 젠틀몬스터 온라인 홈페이지에 들어가 해당 상품을 조회하면, '품절'이라고 뜬다.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직접 문의해보니, 품절된 지 오래라는 답이 돌아왔다. 미국도 비슷하다.
제니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쓰고 있는 젠틀몬스터는 현재 중국에만 17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제니를 모델로 내세운 젠틀몬스터의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 또한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에 매장을 냈다.
최근 출시한 향수 등은 아직 국내 시장에서만 유통되고 있으나, 해외 판로 확대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지난 2020년 3월 신세계 면세점에 입점한 것도 도움이 될 터. 당시 신세계면세점이 탬버린즈 입점 사실을 알리면서 '중국에서 치웨이, 리이펑 등 유명 셀럽들이 애용하는 브랜드'라고 보도자료를 낸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중국 매장 확대와 더불어 해외 유통 채널 다각화에 '제니 파워'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서울 금호동 복합문화공간 알베르에서 운영된 탬버린즈 팝업스토어의 경우, 한국을 찾은 제니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증샷 성지'로 화제가 됐을 정도로, 제니의 글로벌 팬덤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한편 유통전문기업 hy는 2018년부터 BTS 패키지를 적용한 콜드브루 제품을 선보이면서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2019년 수출 첫 해 91만개를 시작으로, 2020년에는 270만개를 판매했다. 현재 미국, 영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독일 등 20여 개국에서 판매중이다.
식품 기업 CJ제일제당 또한 지난 2018년 일찌감치 배우 박서준을 비비고 모델로 기용했다. 아시아권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박서준을 내세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중국, 일본, 베트남 3개국에서만 1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앞서 '만두 종주국'으로 자부심이 강한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징둥닷컴 만두 판매에서 1위를 기록, 업계의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연예계 관계자는 "제니의 탬버린즈 모델료가 15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며 "요즘 BTS나 블랙핑크 급은 말할 것도 없고 1~2년차에 불과한 신인까지도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K스타의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치기만 해도 '대박'…'K스타 코인' 타는 기업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1월 BTS 패키지 '립 슬리핑 마스크'를 선보였다. 같은 달 BTS 콘서트가 열린 미국 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홍보 부스를 운영했다.
"공연 첫날에만 약 1만명이 찾아와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체험했다"고 밝힌 관계자는 "올 3분기 기준 북미 지역 매출액이 5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7억원보다 97% 성장했다. 북미 매출이 500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1차 협업 때보다 해외 판매처를 대폭 늘려 같은 상품을 또 내놓았다. 이번엔 미국, 캐나다, 일본에서도 해외 아미(BTS 팬클럽)들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이 같은 폭발적인 흥행에 힘입어 기업들의 K스타 마케팅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비록 정식 모델은 아니지만, '우회로'를 통해 K스타 '인기 열차'에 탑승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그룹 이름만을 내세우거나, 심지어 노래 제목을 테마로 한 제품도 있다.
캐주얼 백 브랜드 쌤소나이트 레드는 지난달 BTS의 'Butter'를 테마로 한 'BTS Butter' 콜렉션을 선보였다.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버터의 이미지를 캐리어, 백팩 등의 디자인에 반영, 해외 판매고를 올렸다.
뜻밖의 'BTS 코인'을 타며 대박을 터뜨린 사례도 있는데, 지난해 BTS 공식 유튜브 채널 동영상엔 멤버 뷔에게 한 스태프가 아이소이 립밤을 발라주는 모습이 담겼다. 뷔가 아이소이 공식모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미들은 매의 눈으로 해당 브랜드를 알아냈다. 아이소이 관계자는 "동영상에 얼핏 잡힌 이 제품의 미국 판매량이 약 300% 뛰었다. 재고도 매우 빠르게 소진됐다"면서 "동남아권 현지 업체의 문의가 잇따르면서, 계약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K스타 모시기 전쟁은 향후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오뚜기가 최근 진라면 모델로 BTS 진을 발탁하고, 컬리가 뷰티 전문 플랫폼 모델로 제니를 내세웠다. 조만간 K스타 모델 계약 소식을 전해올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
이 중 컬리의 선택이 특히 화제인데, 업계 관계자는 "뷰티 컬리를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김슬아 대표가 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해외에서도 통할 빅스타 전략을 택한 듯하다"며 "억 소리나는 개런티를 줬겠지만,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이 중요한 만큼 이러한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