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아산 우리은행의 '에이스' 박혜진(32)이 달라졌다. 팀 내 서열 3위에서 4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의 플레이는 한결 가벼워졌다. 2022~2023시즌 개막전에서 생애 첫 트리플더블을 달성하기도 했다.
박혜진은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고)아라 언니와 (김)단비 언니가 새롭게 합류했다. (김)정은 언니도 있어서 원래 3인자였는데 4인자로 내려왔다(웃음). 후배들 입장에선 언니들이 늘어나니까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좋다. 언니들이랑 동생들 잘 이끌어 가면서 다 같이 잘하는 행복한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박혜진은 2009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우리은행에서만 벌써 15번째 시즌이다. 팀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그는 "신인 때는 늘 꼴찌를 했었다. 위성우 감독님이 부임하신 뒤 힘들게 운동해서 1등으로 올라갔다. 우승했던 시즌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우리가 최고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한 경기 지면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우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는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내가 있는 팀이 다시 내려가는 게 싫어서 붙잡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폭풍질주를 하고 있다. '멀티플레이어' 김단비를 영입했다. '베테랑' 고아라도 함께하게 됐다. 어린 선수들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박혜진은 그 누구보다 '지금'을 즐기면서 농구하고 있다. 그는 시즌 3경기에서 평균 32분15초를 뛰었다. 13.3점-6리바운드-5.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생애 첫 트리플더블을 선물이었다.
박혜진은 "비시즌에 대표팀에 다녀왔다. 팀에 돌아오니 다른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준비했구나 싶었다. 오히려 동생들에게 타이밍 등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웃음). 내 기억으론 이번에 처음으로 트리플더블을 했다. 예전에 누가 트리플더블을 했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은퇴할 때까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팀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트리플더블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12일 용인 삼성생명과 격돌한다. 삼성생명 역시 올 시즌 초반 강렬한 에너지를 폭발하고 있다. 특히 혼혈 선수 키아나 스미스의 폭발력이 매섭다.
박혜진은 덤덤했다. 그는 동료들을 믿었다. 박혜진은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누구와 매치업 될지 이런 부분은 아직 모른다. 다만, 예전에는 내가 내 몫을 하지 못하면 팀이 패했다. 그에 대핸 책임감과 부담감이 엄청 컸다. 지금은 코트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들이 있다. 과거의 부담은 조금 내려놨다. 혼자 팀을 이끈다는 생각보다는 내 자리에서 내 할 몫을 잘 하고 싶다. 내가 정신 차리고 해야하는 것이 맞다. 아직 세 경기밖에 하지 않았다. 부상 없이, 다 함께 잘해서 가진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