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팀을 하나로 뭉치는 리더십,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릴 줄 아는 해결사 본능.
모든 팀이 바라는 베테랑의 역할. SSG 랜더스엔 그 역할을 해줄 선수가 네 명이나 된다. 프랜차이즈 거포 최 정(35)과 '추추트레인' 추신수(40), '짐승남' 김강민(40), 그리고 김성현(35)이 주인공이다.
세 선수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해결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 정은 시리즈 6경기에서 5할대 타율을 기록했고, 홈런 2방에 9타점을 기록하면서 중심 타자 역할을 확실히 수행했고, 추신수는 전 경기 안타를 터뜨리며 리드오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강민은 1차전 9회말 동점 홈런에 이어 5차전에선 끝내기 스리런포까지 터뜨리면서 시리즈 MVP급 활약을 펼쳤다. 정규시즌 타율이 2할1푼9리에 불과했던 김성현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3할 후반대 타율을 기록했고, 우승을 결정 지은 6차전에선 역전 결승 2타점을 치면서 영웅이 됐다.
적지 않은 나이인 세 선수 모두 '최고'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2005년 SK 와이번스(현 SSG) 입단 이래 팀의 간판 타자 역할을 해온 최 정은 타석 뿐만 아니라 3루 수비까지 꾸준히 맡는 부동의 주전이다. 데뷔 2년차인 2006년부터 올해까지 18년 연속 두 자릿 수 홈런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쌓으며 인천 야구를 넘어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다. 메이저리그에서 16시즌을 보내고 지난해 SSG에 입단한 추신수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타격 뿐만 아니라 뛰어난 주루 센스를 바탕으로 '최고령 20-20클럽 가입'이라는 새 역사를 만들었다. 추신수와 같은 1982년생인 김강민 역시 타고난 운동 신경을 바탕으로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공을 걷어내는 '짐승 수비' 뿐만 아니라 클러치 상황을 해결하는 타격 능력까지 후배 선수들에 뒤쳐지는 부분이 없다. 김성현은 수비에서 약점이 있다는 지적 속에서도 유격수, 2루수 자리를 두루 커버하는 능력과 찬스 때 하위 타선에서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 등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선수다.
그라운드 바깥에서도 이들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SSG의 젊은 선수들은 매번 활약을 할 때 마다 추신수와 김강민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들의 멘토 역할이 밑거름이 됐음을 자랑스럽게 밝혔다. 선수단 최고참으로 감독, 코치진과 가교 역할을 함과 동시에 무게감을 뺀 소탈한 리더십으로 밝은 팀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최 정과 김성현 역시 이런 형들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면서 형님 리더십에 팀을 보탰다. SSG 김원형 감독은 기회가 될 때마다 이들을 언급하며 "이런 선수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고마움을 드러낼 정도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선봉을 자처하면서 스스로 희생할 줄도 아는 베테랑,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제패라는 결실을 이룬 SSG의 야구와 똑 닮았다. 네 남자가 SSG 그 자체였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