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광주일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온 선수 세 명이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당시 미국에서 활약중이던 서재응(45)과 김병현(43) 최희섭(43)이 광주일고 졸업생이었다. 10여년이 흘러 강정호(35)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했을 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광주일고 출신 네 번째 메이저리그 선수'라고 소개했다.
광주일고 졸업생인 선동열(59), 이종범(52)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활약했다. KBO가 리그 출범 40주년에 맞춰 선정한 레전드 40명 리스트에 선동열은 1위, 이종범은 3위에 올랐다. '야구명문' 광주일고의 위상을 보여줬다.
광주일고의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광주일고 출신인 염경엽 KBO 기술위원장(54)이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았다.
염 감독만큼 다양한 경력을 쌓은 지도자가 또 있을까. 태평양 돌핀스 선수로 시작해 현대 유니콘스 운영팀, 스카우트팀을 거쳐 수비코치를 했다. 또 LG 운영팀장과 수비코치,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즈 감독, SK 단장 등 현장과 구단 프런트를 두루 경험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메이저리그를 공부한 뒤 KBO 기술위원장에 야구 해설까지 했다. 야구에 해박할뿐만 아니라 소통능력까지 뛰어나다. 히어로즈와 SK에서 못해본 꿈,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의 기회를 잡았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56),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49)에 염 감독이 가세해 광주일고 출신 프로야구 감독이 3명이다. KBO리그 10개 구단 국내 감독이 8명인데, 이 중 3명이 광주일고 출신이다. 이강철 감독이 광주일고-동국대, 김 감독과 염 감독이 광주일고-고려대를 나왔다. 염 감독이 히어로즈 사령탑으로 있을 때, 선배 이 감독이 수석코치를 했다. 이 감독과 김 감독은 타이거즈에서 선수, 코치를 함께 했다.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를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KIA 사령탑을 지냈다. 김기태 전 LG, KIA 감독은 염 감독과 한해 졸업한 광주일고 동기생이다.
염 감독은 "같은 고교를 나온 야구인 3명이 동시에 프로야구팀 감독으로 있었던 적은 없었다고 알고 있다. 아무래도 광주일고 출신 프로야구 선수가 많다보니 그 중에서 지도자도 많이 나온 것 아니겠나. 요즘은 좀 덜하지만 예전에는 호남 지역 최고 선수들이 광주일고로 몰렸고, 프로야구에 많이 진출했다"고 했다.
스포츠조선이 2016년 1월 29일을 기준으로 조사한 KBO리그 10개 구단의 국내 등록선수 587명 중 광주일고 출신은 24명이었다. 북일고 덕수고(이상 26명)에 이어 3위였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광주일고가 1위였다.
올 시즌 최지훈 김성현(이상 SSG) 서건창(LG) 정찬헌(히어로즈) 이의리 정해영(KIA) 허경민(두산) 장민재(한화) 등 23명의 광주일고 출신 선수가 뛰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