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상처 받았을 '국보' 감독, 누가 어떻게 그 아픔을 치유해줄 것인가.
LG 트윈스 감독 선임이 마무리 됐다. LG의 최종 선택은 염경엽 감독이었다. 염 감독은 2010년 즈음 LG 프런트, 코치로 일하며 '암흑기'의 주범으로 꼽혔었다. 그리고 감독으로 승승장구하다 SK 와이번스 시절 또 한 번의 아픔을 겪었다. 이 두 설움을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다. 염 감독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하겠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내 능력 부족"이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염 감독이 새 도전에 나서게 된 건 축하받아야 마땅한 일. 하지만 한 편으로 아쉬움이 남은 이번 LG의 감독 인선 과정이다. 2년 연속 좋은 성적을 거두고 사실상 경질을 당한 류지현 감독도 그렇지만, 거의 새 감독이 된 것 같았던 선동열 전 감독 때문이다.
시작은 류 감독 재계약 문제였다. LG가 주저하는 사이 염 감독 선임설이 기사로 터져나왔다. 하지만 LG와 염 감독이 이를 부인했고, 사실이 아니라는 정정 기사가 나왔다. 이에 급해진 LG가 새 감독 선임 건은 별개로, 류 감독과의 재계약 불발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당연히 새 감독이 누구인가에 대해 모든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선 감독이 등장했다. 한 매체가 '선임 유력'이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자 마치 선 감독이 확정된 것 마냥 언론들이 달려들었다. 그런데 확정 발표가 나오지 않자, 선 감독이 '독이 든 성배'를 마실까 고심하고 있다며 계속 자극적인 내용이 재생산 됐다.
그런데 이게 웬일. LG는 염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선 감독을 얼마나 허탈했을까. 선 감독은 가장 가까운 지인에게 자신은 LG 구단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아무 근거도 없이 자신의 이름을 들먹이는 자체가 고역이었을 것이다.
'국보'라고 인정받은 스타 출신 지도자이기에, 이런 고통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선 감독도 유명인 이전 사람이다. 감독을 할 마음이 아예 없다면 모를까, 선 감독도 지도자로 컴백해 명예 회복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건데 이렇게 근거 없는 소문의 주인공으로 전락해버리고, 다른 감독 선임의 병풍 역할만 해버린 꼴이 됐으니 어찌 보면 큰 수모일 수밖에 없다.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맞히면 좋고, 아니면 그만' 이라는 식의 기사 생산이 안타깝다. '클릭수 전쟁'의 아픈 단면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추가적으로 팩트 체크도 하지 않고 확대, 재생산 하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LG 구단도 책임이 있다.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었어야 했는데, 선 감독이 기사에 오르내리는 수일 동안 침묵했다. 그러니 사람들은 'LG로 가는 게 맞구나'라고 단정지을 수밖에 없었다. '후보에는 포함됐으나, 아직 정해진 건 없다'는 식의 짤막한 코멘트라도 했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선 감독은 자타공인 한국 야구가 배출한 최고 스타이자 지도자다. 그렇기에 선 감독이기에 감독직을 떠난 후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이렇게 새로운 팀의 감독 후보로 거론될 수 있는지 모른다. 감독을 선택하는 구단주들도 다 선 감독의 팬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후보로 언급조차 되지 않는 다른 지도자들에 비하면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LG 이전, 다른 구단의 감독 후보로도 올랐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허망한 들러리 역할을 할 인물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레전드'에 대한 예우가 필요했다. 선 감독에게는 상처만 남은 이번 LG 감독 인사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