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돈 자랑과 빈부격차, 방송가가 '돈'에 빠져들었다. 한쪽에서는 플레스(FLEX)를 외치고 한쪽에서는 흙수저, 금수저를 나누는 상황 속에서 더는 '예능=현실감', '드라마=판타지'의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몇 백억원대 건물을 구입해 시세 차익을 보고 팔았다는 등의 연예인 부동산 이슈가 이어지고 있고, TV 속은 연일 연예인들의 돈 자랑이 펼쳐진다. 대궐 같은 저택에서 높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대리석 바닥을 훑고 넓은 통창으로 한강을 바라보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이미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모습. 여기에 플렉스를 외치며 몇 십만원을 호가하는 식재료를 가볍게 사용해 요리를 하고 집의 인테리어에 수억원을 들였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화려한 집 인테리어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식재료, 소품들, 여기에 의상 구입까지도 돈을 아끼지 않고 소비 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으고 화제성을 높이는 데에는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지만, 안타깝게도 시청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주고 있어 장기적으로 호평을 받지는 못하는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집을 구매하기 위해 '영끌'(영혼을 끌어 모은다는 뜻의 신조어)을 하는 국민들이 대다수에 하늘 높에 치솟는 금리까지 더해지며 최근 곳곳에서는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중. 이 상황에서 마음 편히 호화 생활을 즐기는 이들을 화면 속에서 보다 보면 '현타'(현실 자각 타임)이 온다는 의견들도.
호화로운 생활에 더해 최근에는 자신의 자산이 어느 정도에 달한다는 연반인들의 이야기까지도 등장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에 등장했던 10기 정숙은 '리치언니'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부유한 삶을 자랑했던 출연자. 정숙은 시작부터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대략적 자산은 50억원 이상이다. 대구에서 집 5채를 보유 중이다"라는 등의 재산 자랑으로 시선을 모았고, 그 부작용으로 "돈을 빌려달라"는 DM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돈 자랑'의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에 반해 드라마는 오히려 빈부격차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돈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여러 인물들이 시청자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는 것은 현실 상황을 반영한 부분. 최근 종영한 tvN '작은 아씨들'은 700억원을 둘러싸고 사회 가장 낮은 곳에 있던 세 자매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재벌그룹 원령가의 전쟁이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높은 화제성 속에 종영했다. 특히 세 자매가 비리와 연루됐던 돈을 나눠 갖는 엔딩에 대해서는 찬반여론이 분분해지기도. 이에 대해 정서경 작가는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돈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기 때문에 자매들이 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상의하지 않을까 싶다"라는 결말에 대한 의견으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들도 '돈'을 쫓는다. MBC '금수저'는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금수저와 흙수저를 나누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주인공인 승천(육성재)이 금수저 동창인 태용(이종원)과 운명을 바꾸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기는 것. 가난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주인공이 자신의 의지로 삶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등장하며, 이 선택이 가져오는 대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는 중이다. 돈 때문에 부모를 바꾸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돈과 천륜의 연관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또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도 돈의 의미에 대해 더 선명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중이다. 단편영화 '몸값'을 원작으로 하는 이 시리즈는 원작에서 이야기를 더 확장해 진짜 몸값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흥정들을 그려낸다. 지진으로 무너진 세상 속에서 자신의 몸값을 흥정해나가는 인물들의 욕망이 드라마 속에서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신체 모든 장기에 값을 매기는 모습들은 어떻게 보면 비인간적으로 보이지만, '돈'을 둘러싸고 그 값마저도 간절하게 필요로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은 현실적인 서사를 부여하기도.
극과 극의 상황 속에서 방송가는 돈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연이어 방송 중이다. 한쪽에서는 돈을 자랑하고 한쪽에서는 돈을 모으는 법을 알려주고, 또 다른 쪽에서는 빈부격차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드라마가 등장하는 상황 속에서 '돈 싸움'에 지친 시청자들을 위로할 프로그램은 어느 방향일지도 생각해 볼 때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