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힘들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저스틴 벌랜더가 마침내 월드시리즈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벌랜더는 4일(이하 한국시각) 시티즌스 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초반 난조로 4안타와 4볼넷을 허용하면서도 삼진 6개를 잡아내는 역투를 펼치며 1실점으로 막아냈다. 휴스턴이 3대2로 한 점차의 짜릿한 승리를 낚아 벌랜더에게 선발승이 주어졌다.
이로써 벌랜더는 월드시리즈 9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앞서 8경기에서 6패만을 당했다.
쉬운 경기가 아니었다. 벌랜더는 1회말 선두 카일 슈와버에게 94마일 직구를 높은 코스로 던지다 총알같은 우측 솔로홈런을 내주며 1-1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2회에는 진 세구라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브랜든 마시와 슈와버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홈런을 내준 슈와버에게는 고의4구나 다름없는 피해가는 피칭이었다. 3회에도 볼넷과 안타를 1개씩 내주며 1,2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추가 실점은 끝내 없었다.
2-1로 앞선 5회말 2사 2루서 닉 카스테야노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한 저스틴 벌랜더는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던 벌랜더는 곧 더스티 베이커 감독으로 다가가 포옹을 했다.
경기 후 벌랜더는 폭스스포츠 인터뷰에서 "오늘 쉽지 않았다. 많이 힘들었다(It was a lot of work)"며 "난 정말 이기고 싶었다. 내 개인적인 승리가 아니라 팀 승리를 정말 원했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상대 타자들은 날 카트에 넣고 샤워실로 들이밀어 물을 흠뻑 끼얹으며 괴롭혔다. 내 커리어에서 가장 기쁜 승리같다"고 했다. 그만큼 필라델피아 타자들에게 혼쭐이 났다는 얘기다.
베이커 감독도 "위기를 벗어나는 게 최고의 투수였다. 나에게도 오늘은 벌랜더가 이끈 경기였다. 누가 그런 상황에서 그보다 더 잘 던질 수 있겠나"라며 극찬을 쏟아냈다.
지난 1차전서 벌랜더가 5-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을 때 베이커 감독은 "보통 2점차 리드면 충분한데, 그렇게 편안한 상황에서 그렇게 던지다니 정말 놀랍다"며 실망스러워했었다.
'2-3-2' 방식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2승2패 후 5차전을 이긴 뒤 6,7차전 홈에서 시리즈를 승리로 끝낸 건 24번 중 19번이다. 즉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은 통계적으로 79%에 이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