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세인트루이스의 전설이자 애너하임의 악몽이다. 축복받은 은퇴시즌을 지낸 앨버트 푸홀스가 다시 LA 에인절스로 돌아온다.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왼손투수 저격용 타자로 출전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친정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돌아온 올해는 '회춘'했다.
타율 2할7푼 24홈런 6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5를 기록했다. 불가능해보였던 '염원' 700홈런 고지를 넘어서며 통산 703홈런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확 달라진 활약상만으로도 속터지는데, OPS 0.895의 영양가는 에인절스에서 뛴 그 어느 시즌보다도 높다.
현역 연장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푸홀스는 박수칠 때 기분좋게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이미 700홈런도 넘긴 이상 더 이룰 기록도 없었다. 통산 홈런 1위(배리 본즈·762개)는 너무 멀었다.
그런데 그 푸홀스가 에인절스로 복귀한다. 이번엔 '홍보대사'로서의 임무를 10년간 수행하기 위해서다. 에인절스 홍보대사로서의 연봉은 100만 달러(약 14억원)에 달한다.
2001년 데뷔한 푸홀스는 2010년까지 세인트루이스에서 '아름다운 10년'을 보냈고, 11년차인 2011년에는 한풀 꺾인 시즌을 보냈다. 홈런은 37개였지만, 처음으로 타율이 3할 아래로 떨어졌고(2할9푼9리) OPS는 0.907에 불과했다. 2011년을 제외하고 이전까지 푸홀스의 최저 OPS는 2년차 때의 0.955였다.
2012년 에인절스로 FA 이적할 당시 푸홀스가 받은 10년 2억 4000만 달러(약 3422억원)의 금액은 당시 역대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첫해 0.859를 기록한 OPS는 그 뒤론 쭉쭉 떨어졌고, 에인절스에겐 악몽으로 남았다. '역대 최악 먹튀'에 샐러리캡이 짓눌린 에인절스는 푸홀스가 뛴 10년간 가을야구에 단 1번(2014년)밖에 가지 못했다.
어찌나 지긋지긋했던지, 계약 마지막 해였던 2021년 에인절스는 푸홀스를 내몰았다. 하지만 웬걸, '옆 동네' 다저스에서 홈런 12개를 쏘아올리며 포스트시즌까지 맹활약하더니, 올해는 친정팀 세인트루이스에서 전성기에 준하는 좋은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2012년 당시 계약에 포함된 '은퇴 후 10년 홍보대사' 계약을 지키기 위해 에인절스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미 3422억원을 사실상 '날린' 에인절스는 푸홀스에게 향후 142억원을 더 지불해야하는 것. 에인절스 팬들로선 뒷목을 잡을 수 밖에 없다.
푸홀스는 은퇴 5년 뒤부터 시작되는 '명예의전당' 투표에서 첫턴 입성이 확실시되는 선수다. 리그 MVP를 3번이나 거머쥐었고, 통산 700홈런이란 이정표에도 도달했다. 에인절스 시절을 삭제하고 세인트루이스에서의 12년만 따져도 '전설' 그 자체의 행보다.
5년 뒤면 에인절스 홍보대사를 수행하고 있을 때다. 하지만 푸홀스가 명예의전당 입성시 세인트루이스 모자를 쓸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 그리고 푸홀스는 다시 에인절스 모자를 쓰고 5년 더 홍보대사직을 수행할 것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런 케이스가 다시는 없다는 것. 푸홀스 이후 FA 계약에 홍보대사를 포함시키는 계약은 금지됐다. 에인절스 팬의 복장만 두번, 세번, 네번 터지게 되는 셈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