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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쿵 어게인] '스포츠로 세상을 바라본다' 대구 동문고 유성욱 선생님의 특별하고 색다른 체육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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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춰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엄동설한 속에서도 생명이 움트듯,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 아이들의 심장이 건강하게 '쿵쾅쿵쾅' 뛰는 시간, 즐거운 기대감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시간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 친구들과 즐겁게 뛰면서 나와 우리를 알아가고, 규칙을 지키며, 올바른 인성을 기르고 꿈을 키워가는 시간. 우리들이 만들어야 한 진정한 학교체육, 우리들의 '심쿵 어게인 체육시간'이다.

스포츠조선이 교육부, 학교체육진흥회와 함께 우리의 미래를 건강하게 키워내고 있는 체육 교육 현장을 찾아 나섰다. 일선 선생님의 열정, 아이들의 관심과 참여,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학교체육 교육의 '롤모델'이다. 우리들의 '심쿵 어게인' 체육시간, 그 건강하고 활기찬 현장으로 가보자. <편집자주>[대구=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학창 시절 '체육수업'에 대한 추억은 대부분 비슷할 것 같다. 기자는 선생님이 던져준 공을 향해 학생들이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부터 떠오른다. 뛰고, 둥글고, 넘어지고, 양호실로 달려가고. 그런데 지난달 31일, 대구 동문고 강당에서 목격한 체육수업은 달라도 크게 달랐다. 1학년 체육교사인 유성욱 선생님은 학생들을 앉히더니 스마트TV를 끌고 왔다. 그러더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역사수업'을 시작했다. "전쟁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면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최근 인터뷰 내용,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소속의 우크라이나 선수 진첸코의 'NO WAR(전쟁 반대)' 외침에 대해 설명했다. 유 선생님은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자. 오늘 킨 볼 수업에선 유니폼 색을 기존 그레이, 핑크, 블랙에서 옐로우, 블루, 화이트로 바꿔보자"고 했다. 옐로우, 블루, 화이트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이다. 유 선생님의 설명대로 학생들은 킨 볼 시합에서 공격을 할 때 '우크라 화이트!' '우크라 옐로우!'를 외쳤다.

유 선생님은 "영어 교과는 영어, 수학은 수와 논리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체육은 스포츠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데, 저는 체육에만 국한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를 한다든지 이렇게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학생들과 나누고 싶었다. 스포츠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민서 학생은 "평소에 우크라이나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번 활동을 계기로 우크라-러시아 전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집에 가서 검색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 선생님은 이처럼 '스포츠로 바라보고 스포츠로 놀자'는 수업 철학을 바탕으로 체육수업의 내용을 확장시킬 수 있는 블렌디드 체육수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삶의 질 향상과 평생 체육을 실천하기 위한 목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야구를 즐긴다거나, 야구 응원가를 익히게 한 뒤 직접 경기장에서 관람한다거나, '빠던(배트던지기)'을 주제로 수업을 한다거나, 구글 어스를 통해 세계의 다양한 경기장을 찾아가 보는 수업을 한다거나, 농구화 그리기를 한다거나, 스포츠 인물을 SNS 양식에 맞춰 소개를 한다거나, 배구 만화 '하이큐'를 수업에 활용하기도 했다. 조깅하면서 주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과 대구 체육교사 기부 달리기도 실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 선생님은 2022년 학교체육교육 공모전 체육교육 내실화 부문 고등부 대상을 받았다. 유 선생님은 "수업 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이 내용이 맞을까? 알려줘도 괜찮을까?' 고민됐다. 이렇게 공모전에서 수상한 걸 보면 내가 가는 방향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선생님 수업은 새롭다. 킨 볼, 플라잉디스크와 같이 대중화되지 않은 종목을 가르친다. 멀티미디어도 활용한다. 이날도 능숙하게 휴대폰과 스마트TV를 연결해 휴대폰 속에 있는 영상, 사진 자료를 학생들과 공유했다. 킨 볼 시합에서 학생이 직접 담은 영상을 다함께 보기도 했다. 그는 "스포츠에서 중요한 건 사진, 영상이다. 직접 보는 것과 보지 않은 것은 다르다. 학생들 참여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박아린 학생은 "유쌤 수업은 단순히 체육만 하는게 아니다. PPT 자료도 갖고 오셔서 체육과 연관짓는 수업을 해주셔서 좋다. 유쌤 수업이 전국에서 '짱'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선생님은 "학생들이 스포츠에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가 콘텐츠를 보는 이유는 재밌어서다. 감정적으로 스포츠와 더 가까워질 수 있게 앞으로도 다양한 자료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수업'도 그 일환이다. 딱딱한 줌 수업에서 벗어나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아바타, 이미지로 바꿔 수업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고등학교 체육수업은 입시로 인해 없어지거나 다른 수업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유 선생님은 "입시 때문에라도 체육수업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입시 스트레스를 해소할 탈출구가 바로 체육수업이다. 체육수업 교과를 통해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2022년 학교체육교육 공모전'은 대한민국 학교체육 분야 최고 권위의 시상으로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주최하고, 학교체육진흥회가 주관, 스포츠조선 대한축구협회 SK텔레콤이 후원한다. 대구=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