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핫 100'의 톱 10을 줄 세우는 대기록을 세운 가운데, 팬덤과 대중성의 영향력이 차트 결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빌보드에 따르면, 테일러 스위프트는 11월 5일 자 빌보드 '핫 100'에서 톱 10의 모든 자리를 자신의 정규 10집 '미드나잇츠' 수록곡들로 채웠다. 한 가수가 '핫 100' 1위부터 10위까지 석권한 것은 빌보드 차트 64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위는 타이틀곡 '안티-히어로', 2위는 '라벤더 헤이즈', 3위는 '마룬'이 차지했다. 4위에 싱어송라이터 라나 델 레이와 협업한 '스노우 온 더 비치', 5위에 '미드나인 레잇', 6위에 '비주얼드', 7위에 '퀘스천...?', 8위에 '유아 온 유어 오운, 키드', 9위에 '카르마', 10위에 '비질런티 싯'이 올랐다. '미드나잇츠' 20곡 중에 10곡이 '핫 100' 10위 안에 든 셈이다.
이러한 기록을 두고 빌보드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드나잇츠' 데뷔 주간으로 차트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5가지 이유'라는 기사를 게재해 분석했다.
빌보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핫 100'을 독점할 수 있는 거대 스타라며 스트리밍과 판매량 점수가 월등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스트리밍 위주의 현 음악 시장이나 시스템 등이 그가 이번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로 짚었다. 특히 6위와 7위에 오른 '비주얼드'와 '퀘스천...?'의 마지막 집계가 중요했다고 해석, 눈길을 끌었다.
빌보드는 "차트 집계가 되는 마지막 날인 10월 27일에 테일러 스위프트가 '비주얼드', '퀘스천...?'의 원본과 악기 버전을 웹스토어에서 69센트에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빌보드 '핫 100' 순위를 예측하는 사이트에서 당초 샘 스미스&킴 페트라의 '언홀리'가 9위에 올라 테일러 스위프트가 톱10을 장악할 수 없다는 것을 테일러 스위프트 측과 팬들이 의식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퀘스천...?'이 10위, '비주얼드'가 11위였다.
샘 스미스&킴 페트라의 '언홀리'는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인기를 끌면서 차트에 들어온 곡이다. 샘 스미스의 인지도와 해당 곡의 대중적인 선호도가 합쳐져, 지난 '핫 100'의 1위곡이기도 했다. 이와 경쟁해야 하는 것을 두고 팬들이 '퀘스천...?'과 '비주얼드'를 많이 구입해 결국 6위와 7위까지 올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빌보드 '핫 100'은 세계 대중음악 성적을 총망라하는 메인차트지만, 이제 팬덤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번 앨범으로 전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하루 최대 스트리밍 앨범' 부문 신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닷새간 미국에서 앨범 판매량 140만 장 판매고를 올리는 등 역대급 질주를 달리고 있다. 팬덤의 노력을 제외하고도 이번 성적에 대한 가능성이 높지만, 기록을 더더욱 안전하게 만든 것은 마지막 팬심이 중요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최근 빌보드가 팬덤을 의식해 집계 방식을 바꿨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팬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차트 결과가 나와 시선을 모은다. 대중성과 팬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두 차트 결과의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셈이다.
현재 '핫 100'은 피지컬 싱글 및 디지털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에어플레이 수치, 유튜브 조회수 등을 합산해 집계한다. 충성도 높은 팬덤은 이 집계 방식에 따라,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차트 순위를 위해 점수를 올리려고 한다.
방탄소년단이 2020년 '다이너마이트'를 시작으로, '새비지 러브', '라이프 고즈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마이 유니버스' 등 '핫 100' 정상을 차지한 것도 대중적 인기도 있지만, 팬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상당하다.
이에 빌보드에서는 지난 1월부터 음원 다운로드 구매 인정 횟수를 이용자 한 명당 4회에서 1회로 축소됐다. 당시 차트 개편 배경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팬덤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차트 왜곡을 피하고자 개편했다고 풀이된 바다.
실제로 차트 개편 후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옛 투 컴'은 '핫 100' 톱 10 진입도 어렵게 됐다.사실 국내에서도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이 아이돌 팬덤의 집중 스트리밍으로 순위가 왜곡된다는 지적에 따라 집계 방식을 여러 차례 변경해온 바 있다.
이러한 국내외 음악 서비스 플랫폼의 움직임 속에 테일러 스위프트의 빌보드 '핫 100' 톱 10 줄 세우기는 눈여겨볼 만하다. 이제는 대중성 확보는 물론, 탄탄한 팬덤의 확대까지 이뤄져야 '핫 100' 고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