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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했으니까,너희도 할수있어" 특수쌤 휠체어레이서 윤경찬의 메시지[진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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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했으니까, 너희들도 할 수 있어!"

제42회 울산전국장애인체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특수교사 휠체어레이서' 윤경찬(30)이 제자들을 향해 건넨 따뜻한 응원의 한마디다.

윤경찬은 체전 마지막날인 24일 진행된 대한장애인체육회 출입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투표 24표 중 20표를 휩쓸며 MVP의 영예를 안았다. 앞만 보고 거침없이, 씽씽 달려온 직진남 '특수쌤'의 쾌거였다.

초등학교 때 척수를 다친 그는 한체대에서 특수체육교육을 전공한 후 2017년 임용고사에 합격, 특수교사가 됐다. 첫 부임지인 경기도 광주 탄벌중에서 대학 시절 '체전 메달리스트'의 경험을 살려 체육시간, 휠체어육상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2019년 전국장애학생체전 땐 제자들을 이끌고 출전도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휠체어 레이싱을 펼치다 선생님의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잠시 잊었던 선수의 꿈이 되살아났다. '휠체어육상 국대 레전드' 박정호 감독(안산시장애인체육회), '후배 에이스' 박윤재와 함께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재능을 알아본 박 감독의 권유로 지난해 다시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아예 박 감독과 박윤재의 안산 집으로 이사까지 감행했다. 말 그대로 '한솥밥 식구'가 됐다. 집 근처 안산교육지원청 특수교육센터에서 근무하며 낮엔 일하고 밤엔 달리는 선생님의 '이중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윤경찬은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오전에 순회교육을 하고 오후에 돌아와 행정일을 하고 퇴근 후 6시 반부터 8시10분까지 안산 와~스타디움 트랙을 달린다"고 하루 일과를 소개했다. 아이들의 롤모델이 되고자 매순간 일도, 운동도 최선을 다해온 휠체어 레이서, '특수쌤'의 이색 이력이 알려지며 그는 체전 기간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별한 이력보다 더 놀라운 건 압도적, 절대적인 질주 본능이었다. 윤경찬은 이번 체전 남자 100-200m T53, 남자계주 400m에서 3관왕에 올랐고, 남자 400m에선 은메달을 따냈다.

특히 남자계주 400m는 명불허전이었다. 윤경찬은 경기, 서울, 경북 등 3개팀이 출전한 계주에서 3위였던 팀을 순식간에 58초34, 1위로 골인시키는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윤경찬은 "이기학, 백 경 등 나이 많은 선배님들과 훈련하며 많은 걸 배웠다. 경기 전 감독님께서 '형님들께 금메달 걸어드리자'고 하셨고, 제게 최종주자를 맡기셨다.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고 그 순간을 돌아봤다. "3위로 바통을 이어받은 후 경북 (유)병훈이형을 잡았고, '서울, (김)도윤아 기다려, 형이 간다'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죽기살기로 달렸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미친 질주'였다. 경찬이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후 저를 향해 손을 뻗으며 함께 소리를 지르는데 소름이 돋았다"며 기적의 순간을 떠올렸다. "2006년 울산체전 때 내가 포스터 모델이었다. 선수로서 각별한 추억을 지닌 이곳에서 좋은 후배들과 기적의 레이스를 만들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교사 일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윤경찬의 목표는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 "선진국엔 이런 사례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교사가 국가대표가 돼 세계대회에 나가는 선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교사라는 본업을 잘하는 가운데, 특수교사로서 장애학생들에게 하나의 방향성,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제가 국가대표로 패럴림픽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겐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우리 선생님도 저렇게 하네' 생각할 것이다. 저의 사례가 또 운동에 미련을 못버린 직장인들에게도 더 많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일과 운동 사이 '밸런스'를 찾으며 인생은 더욱 풍성해졌다. 윤경찬은 "운동과 일을 병행하다보니 1분1초가 소중하다. 직장서도 더 몰입하게 된다.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하면서, 주위의 배려가 헛되지 않게 더 잘해야 한다는 다짐도 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주위를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한체대 친구, 직장 동료들이 많은 응원을 해준다. 홍정표 안산교육지원청 교육장님을 비롯해 교육국장님, 초등교육지원 과장님, 장학사님, 동료 선생님들이 늘 응원해주시고 빈자리를 메워준다"고 했다. "이번 체전도, 작년 프랑스 국제대회 출전도 장학사님, 팀장님이 '걱정말라, 집중하라' 지지해주고, 동료들의 아낌없는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고개 숙였다. 윤경찬은 '중장거리 막내 에이스' 박윤재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박)윤재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새 휠체어를 기꺼이 빌려줬다. 저녁 훈련 때마다 함께 앞에서 끌어주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줬다. 내 MVP 뒤에 숨은 공신은 바로 윤재"라며 미소 지었다.

윤경찬의 도전은 계속된다. 내년 7월 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 2024년 파리패럴림픽 티켓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 삼고 있다. 박정호 감독은 "이 선수의 간절함을 봤고, 나도 '휠체어 육상인'으로서 그 간절함에 동참하기로 결심했다.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만 있다면 패럴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라고 확신했다. "험난한 과정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선수다. 타고난 순발력, 피지컬, 집중력에 월등한 승부욕과 반드시 하고야 만다는 의지를 가진 선수다. 아이들의 롤모델이 될 선수"라면서 "교육청과 지역 사회의 더 큰 관심을 부탁드린다. 저 역시 매순간 발전하는 선수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윤경찬 선생님의 마음은 언제나 제자들을 향해 있다. "6년간 특수학급에서 가르쳤던 제자들이 한 50명 된다. 우리 아이들이 거침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나도 계속 도전하면서 새 길을 열어주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그리고 인터뷰를 마치며 이 한마디를 남겼다. "봐, 선생님도 했으니까 너희들도 할 수 있어."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