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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거절했는데…" 신뢰 깬 MLB, 중간에 낀 KBO[SC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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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신뢰의 문제에 금이 간 결과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며칠간 곤혹스러운 시간을 겪었다. 'MLB 월드투어' 파행 문제 때문이다. 심상치 않은 조짐은 며칠 전부터 감지됐다. 그 전부터 불길한 예감은 있었다. 메이저리그 선수 섭외 문제나, 지나치게 비싼 티켓 가격으로 인한 예매율 저조 등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상황이었다.

사실 근본적으로 KBO는 'MLB 월드투어' 개최와 관련이 없다. MLB 인터내셔널과 국내 프로모터 업체가 손을 잡고 진행하는 행사고, KBO는 금전적 대가를 받고 협조만 하는 입장이다. 물론, KBO도 입장이 굉장히 난처했던 것은 맞다. 대외적으로는 KBO가 주도한다는 이미지가 있고, 허구연 총재도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모션을 취했다. 또 KBO리그 소속 선수들이 경기를 뛰는데다 WBC 대표팀이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기 때문에 전혀 연관이 없다고 하기도 애매했다.

하지만 결국 결말은 파행이었다. 28일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MLB 측의 릴레이 회의가 이어졌다. MLB 측과 프로모터 사이의 갈등이 주된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프로모터 측에서는 약속된 스타 플레이어들이 참가를 하지 않는 것에 어필을 했고, MLB 사무국 측은 프로모터 측이 그로 인해 금전적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책 회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긴 회의를 마친 MLB 사무국은 29일 오전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허구연 총재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감 편지를 보내면서, 'MLB 월드투어'가 최종 취소됐다.

MLB 인터내셔널이 주도하는 '월드투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제안을 받았던 이벤트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거의 20년전부터 MLB 인터내셔널이 '월드 투어' 한국 개최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비시즌에는 날씨가 추워서 안된다'고 거절했는데, 돔 구장이 생긴 이후로는 '선수단 명단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KBO가 계속해서 완강한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MLB 인터내셔널 측이 '우리가 알아서 준비할테니, 선수들만 보내달라'고 이야기를 했고, 국내 프로모터를 선정해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KBO 내부에서도 'MLB 월드투어'와 관련해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KBO가 주최하지는 않더라도, 과연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이벤트인가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다. 그러다가 고심 끝에 협조를 하기로 한 것이었다.

결국 결말은 허무한 취소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개최를 강행했어도, 아마 텅텅 빈 객석에 흥행 참패라는 망신스러운 성적표만 돌아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내 선수 섭외도 다 마쳐놓고, 대대적인 홍보까지 했던 이번 이벤트가 이렇게 취소되면서 앞으로 비슷한 류의 경기를 열 수 있을지 안개속으로 빠졌다. 특히나 MLB 사무국은 신뢰를 깼다. 오직 돈을 버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그 후에 선수 섭외나 이벤트 개최에 대한 협조는 뒷전이었다.

KBO는 2024년 개막전을 미국 LA에서 개최하는 이벤트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기류 속에 미국 개최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설령 열린다고 해도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팬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