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역사가 만들어진다.
오릭스 버팔로즈가 26년 만의 재팬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30일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7차전에서 5대4로 이겼다. 1무2패 뒤 4연승을 거두는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올해 재팬시리즈 전까지, 1~3차전에서 1승도 못 거둔 경우가 21번 있었고, 역전 우승으로 이어진 게 4번이다. 오릭스가 확률 19%를 돌파했다. 1989년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긴테쓰 버팔로즈에 3연패를 당한 뒤 4연승을 거둔 게 마지막이었다. 33년 만에 오릭스가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오릭스는 2004년 시즌 종료 후 긴테쓰를 흡수 통합해 새출발했다.
전설의 스즈키 이치로가 활약했던 1996년, 정상을 밟은 후 26년 만에 샴페인을 터트렸다. 당시 퍼시픽리그 우승팀 오릭스는 요미우리를 4승1패로 제압했다. 1995년 야쿠르트에 우승을 내줬는데 다음 해에 바로 우승에 성공했다.
오릭스는 지난 해 야쿠르트와 재팬시리즈에서 1차전을 잡고도 3연패를 당하면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시리즈 전적 2승4패로 물러났다. 지난 해 아쉬움을 1년 만에 뒤갚아준 셈이다.
시작부터 드라마틱했다.
1회초 오릭스 1번 오타 료가 경기 시작 직후 홈런을 터트렸다. 재팬시리즈 사상 첫 선두타자 초구 홈런을 때렸다. 상대 선발투수 사이 스니드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 낮은 코스로 던진 시속 145km 직구를 걷어올려 진구구장 중앙 펜스 너머로 보냈다.
재팬시리즈에서 1회 선두타자 홈런은 14번 있었지만 초구 홈런은 오타가 최초다. 4경기 연속 선발로 내보낸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1번-1루수로 나선 오타는 올해 페넌트레이스 32경기에 출전해 타율 1할9푼6리(92타수 18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주전이 아닌 백업선수다. 오타는 전날 경기에서도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줬다.
1-0으로 앞서가던 5회초, 오릭스가 흐름을 완전히 끌어왔다. 2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스니드가 던진 공이 4번 마사다 요시타카를 때렸다. 밀어내기 사구로 추가점을 냈다.
이어 야쿠르트에 대참사가 벌어졌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스기모토 유타로가 친 중견수 쪽 타구를 시오미 야스타카가 뒤로 흘렸다. 이 실책으로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야쿠르트에 악몽같은 상황 전개였다.
야쿠르트는 8회말 4번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적시타, 5번 호세 오스나가 3점 홈런을 때려 4점을 냈다. 1점차로 따라붙었지만 승패를 바꾸지 못했다. 오릭스 선발투수 미야기 히로야는 5이닝 3안타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