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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190억 투자에 만사 OK? 거액도 잘 써야 효과가 있다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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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190억원? 그 큰 돈도 잘 써야 효과가 있지.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모처럼 만에 설레는 소식을 들었다. 롯데 그룹 신동빈 회장이 자이언츠 야구단을 위해 무려 190억원이라는 '통큰' 지원을 한다는 것이었다.

우승은 커녕 가을야구도 못하는 현실에, 유통 라이벌인 SSG 랜더스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정용진 구단주의 행보는 연일 기사화가 되며 '순기능' 효과를 발휘하니 롯데 입장에서는 배가 아프지 않을 수 없다.

구장 보수, 인프라 확충 등에도 돈이 쓰이겠지만 대부분은 선수 영입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 FA 영입에 목말랐던 구단과 팬들 입장에서는 전력 보강에 대한 기대감을 품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롯데는 늘 돈은 쓸대로 쓰고, 성과는 내지 못한다는 오명에 울어야 했다. 시계를 돌려보면, 2015년 손승락과 윤길현에게 총액 98억원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실패에 가까웠다. 당시 발표된 금액인 60억원 이상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손승락은 몸값 만큼의 압도적인 마무리 역할을 하지 못했다.

2017년이 문제였다. 당시 강민호와 손아섭이 동시에 FA로 풀린 시즌이었다. 두 사람 모두 핵심 전력이었다. 하지만 협상 기술이 부족했다. 손아섭에만 신경을 쓰는 분위기니, 강민호가 서운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2013년 75억원 계약을 해줬던 강민호이기에, 조금 방심을 했었다. 그러다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깜짝 이적을 했다.

세상 일이 100% 원하는대로 될 수는 없다. 선수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런데 뜬금 없이 민병헌 80억원 계약이 터져나왔다. 당시 우타 외야수는 롯데의 영입 우선 순위 조건이 아니었다. 강민호를 붙잡기 위해 책정된 예산이 남자, 별다른 계산 없이 남은 FA 선수에게 그 돈을 몽땅 투입한 것이다. 당시 손아섭에게도 96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며 겨우 붙잡은 롯데였는데, 사실 손아섭도 수도권 모 구단으로 이적할 뻔 했었다. 강민호 후폭풍으로, 손아섭마저 놓치면 난리가 날 것 같은 분위기에 롯데가 돈을 더 쓴 것이다.

롯데는 당시 이대호를 데려오기 위해 15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까지 더 쓰다보니, 향후 투자에 엄두를 낼 수 없었다. 1년 후 포수 최대어 양의지가 시장에 풀렸지만, 포수가 약점이던 롯데는 손도 쓰지 못했다.

2020년 전준우와 안치홍 계약은 그나마 성공적. 롯데가 딱히 잘했다기 보다, 당시 시장이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안치홍을 2+2년 전략으로 잡은 게 유일하게 칭찬 받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패턴이 있다. 3~4년에 한 번씩 큰 돈을 쓴다. 매년 그룹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 사장, 단장이 바뀌거나 이슈가 있을 때 투자에 대한 OK 사인이 떨어진다. 그 때 기다렸다는 듯이 돈을 쓰는데, 내 돈 아니니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이다. 전략이 없다. 두산 베어스와 비교하면 노선이 명확히 다르다. 두산은 아끼면서도, 꼭 필요할 땐 지갑을 연다. 중복된 포지션의 선수가 FA로 풀리면, 미련 없이 보낸다.

이런 와중에 박세웅의 5년 90억원 계약 소식이 나왔다. 구단 최초 비FA 장기 계약이다. 박세웅이 절대 나쁜 투수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90억원 뉴스에 많은 사람들이 "조금 과한 금액 아닌가"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2년 연속 10승이지만, 딱 10승이다. 1~2선발급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아직 군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그런데 몸값은 에이스급이다. 박세웅이 FA라 경쟁이 붙었다면 모를까, 이미 협상 우선권을 가진 상황이기도 했다. 만약 박세웅이 4~5년, 50~60억원 제안을 받았을 때 당차게 고개를 저을 수 있었을까.

SSG는 지난해 박종훈, 문승원 두 선발 투수와 비FA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박종훈이 5년 65억원을 받았다. 박종훈도 2018년 14승, 2020년 13승 포함 세 시즌 10승 이상에 통산 승수는 박세웅보다 많다. 팔꿈치 수술을 받았지만, 오히려 리스크가 해소된 부분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 하다. 물론, 수술 후유증으로 이번 시즌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한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박종훈과 비교하면 박세웅이 좋은 대우를 받았다는 게 명확해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