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이었다."
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33)에게 2022년은 돌아보고 싶지 않은 시즌이다. 주전 포수이자 주축 타자가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팀 성적까지 최악으로 떨어져 더 힘들었다. 지난 겨울 5년-54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 리빌딩 중인 한화의 유일한 투자가 최재훈 잔류였다. 비난이 쏟아졌다.
26일 대전야구장에서 만난 최재훈은 "진짜 잘하고 싶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핑계밖에 안 되겠지만, 너무 잘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구단이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주시고 팬들의 기대가 컸는데 죄송하다. 나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올 시즌 114경기에 나서 타율 2할3푼3리(362타수 81안타) 5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보다 22안타 14타점이 줄었다. 출루율은 4할5리에서 3할3푼9리로 내려앉았다.
부담은 더 큰 부담으로 이어져, 그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베테랑 선수라고 해도 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FA 첫해라 더 그랬다.
부진에서 벗어나려고 참 다양한 시도를 했다. 여기저기에 조언을 구했다. 효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책임감이 돌덩이처럼 머리를 눌렀다. 그는 "혼자서 운 적도 있다"고 했다.
이제 자신의 역할만 하면 되는 연차가 아니다. 타격에서 아쉬움이 컸지만 30대 베테랑 포수는 올 시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어린 투수 유망주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성장을 도왔다. 문동주와 남지민, 팀의 미래를 위해 자리를 잡아야할 자원들이다.
"프로에선 빠른 공만으로는 안 통한다는 걸 (문)동주가 많이 느꼈을 것이다. 자신있는 공만 던져서는 안 된다는 걸 이야기했는데 동주도 잘 알고 있었다. 1군에 복귀했을 때 많은 걸 공부하고 노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또 "느린 변화구를 던져서 빠른 공을 더 빠르게 느낄 수 있게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변화구를 못 던지는 선수가 아니었다. 대단한 선수다"고 덧붙였다.
남지민에게는 피해가지 말고 자신있게 던지라는 주문을 자주 했다. "(남)지민이는 더 높은 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 투수다. 자신의 공을 믿고 던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3년 연속 연속 꼴찌를 한 한화는 지난 주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모두가 한마음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반드시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마무리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성적을 내겠다. 내년에는 나도, 젊은 선수들도, 우리 팀도 정말 독하게 야구하겠다."
내년을 준비하는 최재훈, 한화 주전포수의 다짐이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