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간판타자 구자욱(29). 지옥훈련을 자청했다.
다음달 2일부터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열리는 마무리 훈련에 참가한다.
이례적인 일이다. 베테랑 주축 선수들, 모두 빠졌다. 구자욱이 유일하다.
이유가 있다. 구단에 읍소해 해외 마무리 캠프를 성사시킨 삼성 박진만 감독 대행은 짧은 한달 간 지옥훈련을 예고했다. 성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뜻. 특히 젊은 선수들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뜻이다.
25일 16대 사령탑 취임식에서 박 감독은 오키나와 마무리 훈련에 젊은 선수만 데려가는 이유에 대해 "기본기 위주, 기초를 탄탄하게 만드는 데 주력하려 한다"며 "기존 선수는 알아서 몸을 만드는 정리가 돼 있는데, 신진급 선수는 미흡한 모습이 있어 기초 만들어 스프링 캠프에 오기 전에 탄탄하게 만들도록 포인트를 잡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몸을 알아서 만들어 올" 간판타자 구자욱이 마무리 훈련을 자청했다.
구단이 만류했다. 가뜩이나 구자욱은 11월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MLB올스타 팀과 삼성 NC 롯데 연합팀 경기 참가를 위해 일시 귀국 해야 한다.
하지만 선수 뜻이 워낙 확고했다. "열외를 바라지 않는다. 모든 훈련을 똑같이 받겠다. 나태한 모습 보이면 한국으로 보내도 좋다"고 했다. "생각해 보겠다"고 했던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의 단단한 결심을 확인하고 결국 참가를 승낙했다.
구자욱은 왜 마무리 지옥훈련을 자청했을까.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훈련을 마친 구자욱은 이런 말을 했다.
"쉬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많은 것이 함축된 의미다. "시즌에 대한 만족, 불만족을 떠나 현재 부상이 없고, 체력적으로 쉬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고참들과 함께 휴식을 취할 입장이 아니고, 더 향상된 모습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에도 연습이 부족했다는 생각은 아닌데 다만 방법을 바꿔보려고 합니다. 설령 정답이 아닐지언정 해보려고요."
겨우내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 있다. 타석에서 일관성 있는 모습니다.
"타석에서 변화되지 않는 모습을 만들어보려고요. 안 맞으면 조금씩 바꾸곤 했거든요. 자신의 것이 일정하게 있는 모습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머리보다는 몸으로 부딪혀 보려고요."
또 한번의 가을야구 소외. 자신의 골든글러브와 함께 팀도 2위로 암흑기를 탈출했던 지난해의 기억 탓에 더 아프게 느껴진다.
"유독 더 추운 가을인 것 같아요. 작년 이 맘때는 엄청 더웠는데…. 가을무대에서 다시 뛰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 속에 있습니다."
1년 후 가을무대에서 활약할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구자욱은 오키나와로 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