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새로운 스타 탄생의 신호탄일까.
정규리그 첫 경기서 셧아웃 승리를 거둔 흥국생명. 예상대로 '배구여제' 김연경이 코트를 지배했고, 구심적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이날 김연경보다 더 주목 받은 선수는 4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김다은(21)이었다. 김다은은 이날 김연경(18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4득점,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도 주목할 만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공격에 가담했고, 완급조절로 상대 수비를 흔들기도 했다. 김연경과 옐레나를 막는데도 벅찼던 상대 페퍼저축은행은 미처 예상 못했던 김다은의 공격까지 겹치면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일신여상 시절 유망주로 평가 받았던 김다은은 201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흥국생명에 지명됐다. 입단 후 두 시즌간 17경기 29세트 출전에 그쳤던 김다은은 지난해 18경기 40세트로 기회를 좀 더 얻었지만, 주전으로 분류될 정도는 아니었다. 리시브 보완이 숙제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은 권순찬 감독은 김다은을 중용하는 쪽을 택했다. KOVO컵에서 매 경기 높은 공격 점유율 및 성공률을 보여주며 기량 발전상과 가능성을 증명했다. 김다은의 활약을 앞세워 김연경-옐레나가 이끄는 공격의 플러스 알파를 기대했던 권 감독의 노림수는 첫 경기서 셧아웃의 성과로 입증됐다. 흥국생명에겐 승리만큼 김다은의 첫 경기 활약에 의미를 둘 만했다. 김다은은 "데뷔 첫 선발 출전이라 긴장했다. 언니들이 도와줘서 잘 할 수 있었다. 특히 (김)연경 언니랑 함께 뛰다 보니 듬직하다"고 말했다.
첫 경기서 드러난 김다은의 활약은 상대에겐 공략 대상으로 여겨질 만하다. 특히 김다은의 불안한 리시브 능력에 착안한 목적타 공격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권 감독도 "아무래도 리시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소통을 통해 멘탈 관리에 도움을 줘야 할 것 같다. 잘 해낼 것"이라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김다은은 "최대한 버텨 보려 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대선배 김연경 앞에서 올 시즌 목표를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콕 집은 김다은.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눈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