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역대급 소통불가 부부가 등장했다.
24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에서는 남편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지적하는 예민보스 아내와 그런 아내의 말에 묵묵부답으로 응수하는 답답보스 남편이 출연했다.
스노보드 동호회에서 처음 만나 남편의 열렬한 구애로 결혼에 골인한 5년차 부부는 겸상조차 하지 않는 냉랭한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다.
아내는 "남편 얼굴도 보기 싫고 같이 밥도 먹고 싶지 않다"며 아이와 단 둘이 식사를 했고, 남편은 "나는 이집 식구가 아닌거지"라며 씁쓸해했다. 결국 남편은 홀로 집 앞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김밥 한 줄을 사먹었다.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을 수도 있지만, 아내가 라면 냄새가 싫다고 타박해 편의점행을 택했다고.
남편은 맞벌이 부부임에도 요리 설거지 빨래 분리수거 등 모든 집안일을 혼자 도맡아 했지만 아내는 짝이 없는 양말 하나에도 "이게 정상이냐"며 막말을 퍼부었다.
이 부부가 오은영 박사에게 솔루션을 신청한 것은 끝나지 않는 싸움을 멈추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남편 또한 자신이 역대급 빌런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출연을 거부했지만 이대로 가족이 찢어지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해 마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아내는 남편이 싫은 것 같다. '너는 응징의 대상'이라는 느낌"이라고 분석했고, 아내는 자신이 느꼈던 힘든 감정을 똑같이 남편이 느끼도록 복수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사실 아내는 남편에 대한 오랜 응어리를 갖고 있었다. 아내는 "친 오빠가 교통사고가 났을 때 남편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어깨춤을 추더라. 당신 동생이 교통사고가 났어도 이럴 수 있느냐고 했더니 남편이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냐고 숟가락을 집어던지며 소리지르고 집을 나갔다"고 털어놨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내는 "철심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남편이 몸이 어떠냐고 묻지도 않고 7시에 술 먹으러 간다고 하더라. 열이 40도까지 올랐을 때도 쓱 보고 가서 혼자 병원에 갔다. 괜히 결혼했나 싶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 아내가 임신 중 입덧으로 양파 냄새조차 맡기 힘들 때도 남편은 양파만 넣은 카레를 만들어줬다. 이런 남편의 행동에 아내는 "사이코패스인 것 같다.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남편은 "전날 심하게 싸워서 감정이 남아있었다. 또 아픈척 한다 생각했는데 퇴근하고 왔더니 아내가 출근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더라. 이렇게 아픈 줄은 몰랐는데 미안해서 괜히 성질을 냈다. 카레는 양파가 맛이 없다면 더 맛있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양파를 더 넣었다"며 함께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남편과 아내의 진심은 통하지 않았고, 서로 평행성만 달리고 있었다. 결국 아내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분노로 자학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내는 "남편이랑 싸우면 다 내탓이라며 뺨을 때리고 자학한다. 이런 결혼을 선택한 벌을 나에게 줘야겠다는 생각이다. 죽고 싶더라"라고 토로했고, 남편도 "나도 차 안에서 혼자 나를 많이 때려서 어떤 기분인 줄 안다. 저렇게라도 하면 속이 시원하다"고 공감했다.
하지만 남편의 문제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작업기억력 부족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작업기억력은 일을 할 때 잠깐 저장하는 기억력이다. 이게 부족할 경우 자신이 관심있는 건 기가 막히게 기억하지만 다른 일은 쉽게 잊어버린다. 당장 할 수 없는 것은 메모나 녹음을 하고 루틴을 만들어 몸에 익혀야 한다"고 남편을 위한 솔루션을 줬다.
또 아내를 위해서는 "남편에게 모멸감을 주는 막말과 무시를 그만해야 한다. 분명하고 명확하게, 친절하게 이야기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