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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휠체어육상 200m,0,001초까지 똑같았던 스승과 제자의 '사제銅행'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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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휠체어육상을 해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네요."

23일 오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전 남자육상 200m T53 결선 경기, 트랙 전광판에 순위과 숫자가 뜨는 순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이윤오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육상팀 감독(42)과 '애제자' 김도윤(17·관악고), 관중들이 동시에 "우와!" 탄성을 내질렀다.

'특수교사 레이서' 윤경찬(경기)이 26초91, 정동호(경북)이 27초67로 결승선을 통과한 후 10분 가까이 결과가 뜨지 않았다. 3위를 가리는 비디오 판독이 진행됐다. 한참의 기다림 후 전광판엔 31초428, 소수점 셋째자리까지 똑같은 '공동 3위' 기록이 떴다. 여름 내내 뜨거운 트랙에서 동고동락한 스승과 제자가 거짓말처럼 똑같은 기록으로 공동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감독은 "진기한 기록이다. 0001초까지 똑같이 맞춘다는 게… 소름이 끼쳤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도윤이는 고2 학생이다. 학교에서 공부하랴, 수업 끝나고 의정부까지 와서 운동하랴… 이번 체전을 정말 피땀 흘려 준비했다"면서 "원래 선배이자 지도자인 내게 한참 못미치는 기록이었는데, 여름내 고생하며 훈련하더니 이제 저를 능가할 선수가 됐다. 앞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라며 흐뭇함을 전했다.

공동 동메달 결과가 전해지기 전 숨막히는 비디오 판독 시간, 스승과 제자는 각각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감독은 "개인적으론 '아, 아직은 내가 살아 있어야 하는데' 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대회마다 이 녀석이 자꾸 따라오니 계속 불안한 거다.(웃음) 그런데 오늘 딱 이런 기록이 나왔다"며 미소 지었다. 이 감독은 "20년 넘게 선수생활 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다. 재미있고 신기했다"며 웃었다. .

휠체어 육상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년 4개월째, 매 대회 폭풍성장으로 스승을 위협중인 제자 역시 환한 미소로 답했다. "저도 이런 기록은 난생 처음 봤다 제가 진 줄 알았다. 비디오 판독이 빨리 안나와서, 감독님께 '설마 1000분의 1초 차이겠어요?' 했는데 진짜 말대로 됐다"며 웃었다. "이기든 지든 무조건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었다. 감독님이 이기실 줄 알았다"면서도 "다음 체전에는 제가 무조건 이겨야죠"라며 눈을 빛냈다.

제자의 도전장에 이 감독 역시 선수 대 선수의 '도전'으로 응수했다. "도윤이가 저를 빨리 잡으면 좋겠지만, 저 역시 최대한 안잡히려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후배는 계속 치고 올라오고 선배는 안잡히려고 노력하고 그러다보면 서로 선의의 경쟁이 되고, 서로 발전하고, 그게 진정한 스포츠맨십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도윤이가 저를 넘어서 세계로 뻗어나가고 국가와 장애인 스포츠를 위해 이바지하는 좋은 선수가 돼줬으면 좋겠다"는 스승으로서의 바람도 잊지 않았다.

2005년생 레이서 김도윤은 "이윤우 선생님은 휠체어육상 첫 스승이시고, 내겐 정말 고마운 분"이라면서 "더 열심히 노력해 패럴림픽에 나가, 선배들의 뒤를 이어 메달을 따는 게 꿈"이라는 또렷한 목표를 밝혔다.

'청출어람' 스타 탄생이 임박했다는 말에 스승도 제자도 이구동성 고개를 끄덕였다. "내년엔 더 노력해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