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라스트 댄스'를 장식하는 선물일까.
올해를 끝으로 현역 은퇴하는 최나연(34)이 마지막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최나연(34)이 홀인원을 기록했다. 22일 22일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 컨트리클럽(파72·6647야드)에서 펼쳐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3라운드 12번홀(파3)에서 6번 아이언 티샷으로 홀컵에 공을 넣었다. 통산 15번째이자 LPGA투어에서 4번째로 기록한 홀인원. 이 홀인원으로 최나연은 부상으로 걸린 1억5000만원 상당의 BMW 뉴 X7을 부상으로 얻었다. 오는 12월 국내 발표를 앞둔 신차.
홀인원 기록 후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던 최나연은 3라운드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공이 없어지긴 했는데, 약간 안 믿겼던 것"이라며 "홀 주변 갤러리 분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시더라. (이)정은이도 '언니, 들어갔어요'라고 하더라"며 "몇 번 되물은 뒤부터 막 닭살이 돋기 시작하더라"고 웃었다. 그는 "사실 이틀 동안 '홀인원이나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11번홀(파4)에서 보기를 해서 (12번홀은) 그냥 잘 쳐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페이드로 딱 잘 맞았다. '설마?'하는 느낌이 들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열심히 한 것에 보상 받는 느낌을 받았다. 기뻐야 하는데 약간 울컥하는 포인트가 있었다"며 "투어 생활을 오래하고 끝자락에 힘든 시기가 좀 있었는데 (홀인원으로) 그런 걸 다 보상 받는 느낌이었다. '좋은 것만 기억하고 떠나라'는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받은 차량에 대해선 "사실 지금 차가 없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면서 차를 팔았는데, 한국엔 차가 없다. 정말 때 마침 좋은 선물을 받았다"고 웃었다.
허리 부상 여파로 2017년 이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던 최나연은 올 시즌을 끝으로 프로 생활을 마감하기로 했다. 그는 "그동안 나와 싸우기 바빴다. 홀로 필드를 걷는 시간이나 경기를 즐기기보다 나 스스로와 감정싸움을 했던 것 같다"며 "무빙데이에서 3언더파를 쳤고, 홀인원까지 했다. 잘 마무리를 하는 게 이번 대회의 목표였는데 많은 갤러리 분들 앞에서 '최나연이 그래도 아직 아이언 샷이 좋구나'라는 메시지를 준 것 같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유일하게 한국에서 열리는 LPGA투어다. 우승 및 좋은 성적을 거둬 언제나 나오고 싶었던 무대다. (부상 후)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못 나온 게 자존심 상했던 게 사실"이라며 "최나연에게 한국 팬들을 빼놓을 순 없다. 미국 팬들도 계시지만 한국 팬들께 마지막 모습 보여주는 것 예의라 생각했다. 부담스러워 안할까도 생각했는데 오늘 좋은 모습으로 팬들께 마지막 선물을 잘 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23일 최종라운드에서 최나연은 정든 LPGA투어와 작별한다. 최나연은 "이번 주 내내 질문을 받았는데, 어떤 기분이 들지 잘 모르겠다"고 한 뒤 "스스로 속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할지, 오늘처럼 눈에 불을 켜고 칠지는 모르겠다.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팬들과 단체사진은 꼭 찍어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