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를 졸업하고 1995년 프로 선수가 된 김한수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51)는 2019년 말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에서 내려올 때까지, 딱 한 가지 유니폼만 입었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 25년을 삼성 사람으로 살았다. 3년 간 삼성 감독을 하고 물러난 뒤 한발 떨어져 야구를 보면서 고민하고 공부했다. 3년 만에 현장에 돌아왔는데, 삼성이 아닌 두산이고, 수석코치다.
19일 이천 두산 2군 구장에서 선수들과 첫 인사를 나눈 김 수석코치에게 '어색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고 했다. 야구가 그리웠던 지난 3년의 시간이 어색함을 희석시킨 걸까.
이승엽 두산 신임 감독(46)은 "언젠가 김한수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었다"고 했다. 선후배를 떠난 사람과 사람의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된 '동행'이다. 김 수석코치는 "전화를 받고 정말 고맙고 기뻤다. 이승엽 감독과 함께 하게 돼 영광이다"고 했다.
프로 2년차이던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한 이 감독이 삼성에 입단했다. 나이는 김 수석코치가 다섯살 위인데, 입단은 1년 차이가 난다. 선후배가 비슷한 시기에 프로 생활을 시작해 주축선수로 자리를 잡아갔다. 김 수석코치는 최고 타자 이승엽이 성장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둘은 비슷한 면이 많다. 온화하고 진중하고 성실하다. 야구에 진심이다. 최고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모든 것에 앞서, 좋은 사람이다.
이 감독이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던 2009년, 김 수석코치는 요미우리에서 지도자 연수를 하고 2군 타격코치를 했다. 이 감독이 살짝 힘들었을 때 선배가 곁에 있었다. 김 수석코치는 "이 감독님과 야구 얘기를 참 많이 했다"고 그 시절을 떠올렸다.
이 감독이 삼성에 복귀해 선수-코치, 선수-감독으로 함께 했다. 이 감독의 은퇴투어가 진행된 2017년, 김 수석코치가 감독이었다.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만큼 길고 깊은 인연이다.
김 수석코치는 "밖에 있는 동안 야구가 빠른 속도로 변한다는 걸 느꼈다. 야구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다. 생각 많이 했다. 소통도 중요하다.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겠다"고 했다.
감독이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보좌하는 게 수석코치의 기본 역할이다. 코치 경력이 없는 이 감독은 김 수석코치의 경험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기본기를 강조했다. 기본에 충실한 야구가 중요하다고 해도, 프로 선수에게 기본기를 이야기한다는 게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다. 김 수석코치는 "선수들, 특히 젊은 유망주들이 기본부터 착실하게 쌓아야 좋은 선수로 성장해 팀이 탄탄한 전력이 된다는 걸 강조하신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김 수석코치는 야구에 관한한 이 감독을 맨 앞에 두고 생각했다. "지도자로서 개인적인 목표나 욕심은 없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감독님이 성공하는 게 가장 큰 목표고 바람이다. 내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