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동희(24)한테 '넌 똑딱이가 아니지 않냐' 했다. 올해 느낀 아쉬움이 컸다."
명실상부 '이대호 후계자'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돌아보니 아쉬움이 크다.
이제 이대호는 없다. 집중 견제로부터 한동희를 지켜줄 '우산'이 사라졌다. 전준우와 정 훈, 안치홍 등은 1살씩 더 먹는다. 한동희의 어깨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2년 연속 17홈런을 때리며 정상급 타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올해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OPS(출루율+장타율) 등 전반적인 수치는 조금씩 나아졌지만, 이는 뜨거웠던 4월 덕분이다. 4월 한달간 타율 4할2푼7리, 홈런 7개를 몰아치며 롯데에 2017년 브룩스 레일리 이후 5년만의 월간 MVP를 안겼다.
하지만 이후 부상이 겹치면서 부진에 빠졌다.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홈런 7개에 그쳤다. 10월 들어 뒤늦게 장타율을 끌어올렸지만, 결국 롯데는 가을야구 좌절을 맛봤다.
지난 8월 '타격 달인' 박흥식 코치가 2군에 합류했다. 그는 마무리캠프부터 1군 수석코치로 승격, '빡센 훈련'을 공언했다.
마무리훈련을 이끄는 코치진은 정규시즌 때와는 사뭇 다른 면면을 자랑한다. 박 코치 외에 기존의 김평호-전준호 코치에 김현욱 트레이닝코치, 배영수 투수코치 등이 합류한 상황. 공교롭게도 선수시절 박 코치의 제자거나, 코치로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주축이다. 박 코치의 소통능력이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박 코치가 이번 캠프에서 가장 먼저 특타를 시킨 선수가 한동희다. 그는 한동희에 대해 "이대호처럼 부드러운 몸, 박병호 못지 않은 파워를 지녔다"고 호평했다. 이대호가 은퇴한 지금 팀을 대표하는 거포 자원이자 간판타자다. 박 코치는 "내년에 33홈런 칠 거다, 칠 수 있고 쳐야한다. 영업비밀이라고 말하긴 너무 거창하고, 업그레이드시킬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동희의 문제는 뭘까. 라인드라이브의 타구 속도만큼은 리그 최정상급으로 인정받는 타자다.
"내가 강조하는 건 골반 회전(힙 턴), 그리고 타격 포인트다. 결국 홈런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몸의 회전력이다. 한동희는 포인트를 너무 앞에 두고 치다보니 상체가 점점 앞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었다. 박병호 정도는 아니더라도, 좀더 몸에 붙여서 치는 훈련이 필요하다. 올해 한동희는 황성빈처럼 내야안타를 노리는 타자들처럼 쳤다. 박병호처럼 벼락같은 회전력을 갖춰야한다. 자기 파워의 70%만 활용할 줄 알아도 홈런 개수, 비거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 코치는 '대표작' 이승엽과 박병호 외에도 KIA 시절엔 이용규 김주형 노수광, 롯데에선 문규현 황재균 전준우 정 훈, 키움에선 강정호 등을 성장시켰다. 특히 선구안과 파워 향상에 대한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 기준 33홈런이면 홈런 2위(1위 박병호 35개)다. 피렐라(28개) 최 정(26개)가 뒤따른다. 박 코치는 "너무 자신있게 말했나?"라며 웃으면서도 "칠 수 있다. 33홈런 칠 수 있게 잘 가르쳐보겠다"고 자신했다.
롯데는 17~18일 이틀간 김해 상동 2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박 코치는 "일단 몸을 만들 시간을 줬다. 19일부터는 훈련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투수 쪽은 벌써 배 코치가 애들을 파김치로 만들고 있던데, 힘들어하면서도 밝은 표정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고승민이나 황성빈은 잠재력이 넘치고, 이호연 신용수도 아직 서른 아래다. 조세진 윤동희 한태양 김세민 같은 신인들은 올해 2군에서 지켜본 결과 재능이 정말 뛰어나다. 2~3년안에 롯데 주축으로 성장할 선수들이다. 팀 전력의 30% 이상을 해주던 대호가 빠졌으니까, 롯데도 바뀌어야한다. 한방 쳐서 점수 내는 야구가 아니라 안타 없이도 점수를 내는, '야구 잘하는 팀'이 돼야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