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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운명…'고양이'가 발롱도르 탄 날, '개'는 울면서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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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17일, 1987년생 공격수들의 운명이 갈렸다.

이날 프랑스 출신 공격수 카림 벤제마(레알마드리드)는 프랑스 매거진 '프랑스풋볼'이 주관하는 2022년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생애 최초로 '황금공'(발롱도르)에 입맞췄다. 발롱도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개인상으로 평가받는다. 2009년 이후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의 양강 체제를 깬 건 2018년 루카 모드리치(레알)과 벤제마, 둘 뿐이다.

이번 발롱도르는 역년이 아닌 한 시즌을 기준으로 했다. 벤제마는 지난 2021~2022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27골,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15골, 시즌 총 44골을 넣으며 팀의 더블 우승을 이끌었다. 개인 성과, 팀 성적 측면에서 경쟁자는 없었다. 벤제마는 역대 발롱도르 최고령 수상자 2위에 올랐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져 30대 중반에도 왕성하게 활약할 수 있다곤 하지만, 34세는 분명 많은 나이이긴 하다.

같은 날, 벤제마와 동갑내기이자 과거 레알 동료였던 공격수는 축구화를 벗었다. 아르헨티나 출신 곤살로 이과인(인터 마이애미)은 18일 뉴욕시티와의 미국프로축구(MLS) 원정경기에서 현역 마지막 경기를 소화했다. 만감이 교차했는지 경기 후 펑펑 울었다.

벤제마의 미소와 이과인의 눈물이 오버랩됐다.

둘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레알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하지만 포지션이 겹쳐 동시에 투입되는 날은 손에 꼽았다. 한 명이 선발로 뛰면 다른 선수는 교체로 투입됐다.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같았다.

2010년 12월, 당시 레알 사령탑이던 조제 무리뉴(현 AS로마)는 레알 사라고사전을 앞두고 이과인을 '개', 벤제마를 '고양이'로 각각 비유했다. 부상 중인 이과인을 대신하기 위해 '고양이'를 사냥에 데려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냥을 갈 때 고양이만 있으면 고양이라도 데려가야 한다. 그냥 갈 순 없지 않나. 그런데 (사냥에)뛰어난 개와 함께 간다면 더 많이 사냥할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은 이과인의 실력을 더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과인은 2013년 레알을 떠나 나폴리로 이적했다. 이후 유벤투스로 이적해 세리에A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났다. 벤제마는 호날두 파트너로 오랜세월 주조연 역할을 하다 2018년 호날두가 (이과인이 있는)유벤투스로 떠난 뒤 에이스로 탈바꿈했다. 그리고는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호날두에 밀린 이과인은 AC밀란과 첼시로 연속해서 임대를 떠났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내리막을 탔다. 2020년 유럽을 떠나 미국에 새 둥지를 텄다. 그곳에서 2년간 활약한 뒤 축구화를 벗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커리어도 2018년 끝났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