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6회까지만 해도 그냥 키움 히어로즈의 완승으로 끝나는가 했다.
키움 선발 안우진의 엄청난 피칭을 보고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잘 던지던 안우진이 갑자기 내려갔고, 경기는 혼전이 됐다. 예기치 못한 물집이 명승부를 만들었다.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가 맞붙은 16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중반까지만 해도 키움쪽으로 확 기우는 경기가 펼쳐졌다.
올시즌 탈삼진(224개), 평균자책점(2.11) 2관왕을 차지하며 KBO리그 최고의 우완 투수로 자리매김한 안우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6회까지 KT 타선을 3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최고 시속 157㎞의 직구가 있지만 32개만 던졌다. 최고시속 148㎞의 슬라이더(35개), 136㎞의 커브(17개), 139㎞의 체인지업(4개)을 골고루 섞어 던지며 KT 타자들을 농락했다. KT는 1루까지만 가고 2루엔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
그사이 키움 타자들은 1점씩 차근차근 뽑으며 6회까지 4-0으로 앞섰다. 안우진은 6회까지 88개의 공을 던져 7회까지는 충분히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키움의 불펜진이 불안하긴 하지만 마무리 김재웅이 있기 때문에 1이닝만 잘 막아내면 승리로 잘 이어갈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7회초 갑자기 키움 마운드에 김태훈이 올라왔다. 안우진의 갑작스런 교체에 많은 의문이 따랐다. 4-0으로 앞서고 있어 4차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의견이 많았으나 물집 때문이었다. 키움은 "안우진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교체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정말 드라마틱하게 경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7회초 KT 선두타자인 박병호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추격의 솔로포를 날렸고, 이어 장성우의 안타와 강백호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2루서 8번 심우준이 좌측 펜스를 맞히는 큼직한 2타점 2루타를 쳐 3-4, 1점차를 만들었다. 8회초엔 2사 1,2루서 강백호의 우전안타가 터져 4-4 동점이 됐다.
하지만 승리를 키움의 몫이었다. 8회말 키움이 지친 KT의 불펜을 상대로 무려 4점이나 뽑아냈다. 1사 1,2루서 9번 송성문이 KT의 필승 셋업맨 김민수로부터 우중간 안타로 결승점을 뽑았고, KT가 마무리 김재윤을 올렸지만 1번 김준완의 희생플라이에 이어 임지열의 투런 홈런까지 나오면서 8대4의 승리를 거뒀다.
안우진의 갑작스런 물집으로 인해 키움은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지만 야구팬들에겐 짜릿한 승부를 선사했다. 키움 팬들은 앉았다 일어섰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