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메이저리그 20승 투수는 단 한 명 뿐이다.
LA 다저스 훌리오 유리아스가 지난해 20승을 올리며 생애 첫 다승 타이틀을 차지했는데, 올시즌에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카일 라이트가 21승을 거두며 최다승 투수가 됐다. 그러나 라이트는 평균자책점(3.12), 투구이닝(180⅓), 탈삼진(174) 부문서 내셔널리그 10위권 밖으로 처져 사이영상을 거머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사이영상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이번 가을야구는 라이트에게 2020년, 2021년에 이어 3년 연속 포스트시즌이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예약한 마이애미 말린스 샌디 알칸타라는 2020년 포스트시즌에 등판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하고 오프시즌을 맞았다. 라이트는 부러울 것이 없다.
게다가 라이트는 포스트시즌서 날로 성장 중이다. 그는 13일(한국시각) 홈구장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2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눈부신 투구를 펼쳤다. 애틀랜타는 라이트의 호투에 힘입어 3대0의 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83개의 공을 던진 라이트는 직구 구속이 최고 96마일, 평균 94마일을 찍었다. 주무기인 커브는 38개를 던졌는데, 7번이나 헛스윙을 유도하고 6탈삼진 중 4개를 결정구로 사용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경기 후 라이트는 "피칭을 마치고 기록을 살펴봤는데, 역시 커브가 최고의 구종이었다"면서 "원래 커브가 좋다는 걸 알고 있어 커브 위주로 투구를 했다. 작년부터 커브를 많이 던지면서 내 주무기가 됐다. 커브를 더 많이 던져야 한다"고 승리 소감을 나타냈다.
이날 경기는 라이트의 포스트시즌 통산 5번째 등판이었다. 그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는 구원으로 두 번 등판해 합계 5⅓이닝을 5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지난 2020년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는 마이애미를 상대로 첫 가을야구 등판을 해 6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선발승을 따낸 바 있다. 이날 필라델피아전이 생애 두 번째 포스트시즌 승리다.
포스트시즌 선발등판서 두 차례나 6이닝을 3안타 이하 무실점으로 막는 기록은 매우 드물다. 그 유명한 그렉 매덕스와 존 스몰츠가 한 번도 못해본 걸 라이트가 두 번이나 한 것이다.
라이트는 "작년 포스트시즌서 아주 잘 던진 기억이 있는데 선발로는 올해 너무 멋진 경기를 한 것 같다. 올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