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외국인 투수가 부진해도 항상 '믿는 구석'이 있었다. 통산 1001이닝, 팀을 대표하는 토종 투수로 활약했다.
그런 박세웅(27)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1차 합격했다. 아직 입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 데뷔 이래 꾸준했다. 최근 2년 연속 10승을 올렸고, 전보다 한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뜻하지 않은 부상만 아니라면 유력하다.
2023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8년간 해본적 없는 걱정을 해야한다. '토종 에이스'의 빈 자리를 두고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일단 선발 두 자리는 올시즌 좋은 모습을 보인 이인복과 나균안이 있다. 지난해 후반기 '승리요정'으로 떠올랐던 이인복은 올해 한층 원숙해진 경기 운영을 뽐냈다. 9승9패 평균자책점 4.19. 특히 영리한 투구수 관리와 제구가 돋보인다.
나균안 역시 투수 전향 3년차인 올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전반기에는 부진했던 김진욱과 스파크맨의 뒤를 받치는 롱맨부터 브릿지, 필승조까지 전천후로 활약했다. 8월부터는 완전히 선발로 전향했다. 8월 이후만 보면 선발 9경기에서 51⅓이닝으로 역시 평균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평균자책점 3.33의 안정감도 돋보인다. 황성빈 고승민과 더불어 래리 서튼 감독이 꼽는 '올해의 발견' 중 한명이다.
두 선수 모두 아직 선발 경험이 많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생애 첫 풀타임 선발이었던 만큼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다. 아직 스스로를 증명할만한 커리어를 갖지 못했다.
또 박세웅은 최근 2년간 평균 160이닝을 소화했다. 이인복(126⅔이닝)과 나균안(117⅔)이 한단계 올라선다 한들 이만한 이닝이팅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5선발의 무게감이 올해와는 다르다는 뜻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김진욱이다. 김진욱은 올해 실망 가득한 1년을 보냈다. 14경기(선발 12)에서 2승5패 평균자책점 6.56에 그쳤다.
5이닝 이상 투구한 경기가 5번, 3회 이전에 무너진 경기가 4번일 만큼 기복이 심했다. 7월 2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⅓이닝만에 5실점하며 무너진 뒤론 1군에서 말소된 뒤 릴리스포인트 안정화에 집중했다. 시즌 막판 2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래도 서튼 감독은 김진욱을 가리켜 '어메이징'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대호 역시 특별히 김진욱을 언급하며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이란 격려를 건넸다. 직구 최고 구속을 150㎞대로 끌어올렸고, 시즌 첫 등판이었던 NC 다이노스전(7이닝 1실점)의 완벽한 제구를 기억한다면 기대를 걸어볼만도 하다.
김진욱과 경쟁할 후보로는 서준원이 있다. 김진욱의 2년 선배이자, 김진욱 같은 방황을 먼저 겪었던 선배다.
결혼하고 아버지가 된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 대체 선발로 나선 4경기에서 17이닝을 소화하며 2승2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했다. 나균안과 함께 선발 조기강판시 4~5이닝을 소화하는 등 선발과 다름없는 롱맨 역할도 여러차례 성공적으로 해냈다. 구속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면서 폼을 끌어올렸다.
신인 이민석 역시 선발 후보 중 한명이다. 서튼 감독은 이민석에 대해 "압도적인 재능을 지녔다.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롯데의 선발투수로 자리잡을 거라 확신한다"고 극찬한 바 있다. 최고 155㎞의 강속구가 압권. 남은 건 경험을 쌓는 일 뿐이다.
롯데는 새로운 투수코치로 배영수 전 두산 코치를 영입했다. 곽 빈, 정철원 등 강속구 투수의 조련에 일가견을 보여준 배 코치의 새로운 작품을 기대해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