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사실 우리나라 프로리그에 맞는 잔디는 아니다."
'리빙 레전드' 구자철(33·제주 유나이티드)이 소신발언을 했다. 2007년 제주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구자철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 스타다. 그는 볼프스부르크,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 등의 유니폼을 입고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를 누볐다. 국가대표로서의 활약도 빼어났다. 월드컵, 아시안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를 경험했다. 특히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주장으로 활약하며 한국에 값진 동메달을 안겼다. 이런 구자철이 K리그 잔디에 대해 소신발언을 했다.
구자철은 11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는 "잔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나온 것 같다. (경기력에 있어 잔디의) 중요도,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까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뛴 리그, 봐온 리그와 비교해서 잔디가 많이 안 좋다. 한 두 팀 빼고는 거의 우리나라 프로 리그에 맞는 잔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잔디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경기장 운영을 담당하는 관리 주체들과 세미나를 진행한다. 지난해부터는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와 손을 잡고 '잔디 컨설팅 제도'를 도입했다. 각 구단에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또 잔디 평가를 통해 '그린 스타디움상'을 전달한다. 과거에는 감독관의 육안 평가로만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직접 뛴 선수들의 의견도 수렴한다.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의 정량평가도 포함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잔디 문제는 매년 불거지고 있다. K리그에서 잔디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2022시즌에도 잔디 문제로 경기 장소가 바뀌는 일이 있었다. 특히 장마가 끝난 뒤에는 '논두렁'이란 불명예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기성용(FC서울) 역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름은 고온다습하고, 겨울은 추운 한국식 기후로 잔디 관리가 어렵다는 평가다. 축구장 건립 당시 통풍 등을 고려하지 않은 구조적 한계도 있다.
A구단 관계자는 "각 구단이 잔디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면 꼭 한 번씩은 잔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은 두 가지다. 예산 확보, 또 하나는 관리자의 역량 강화"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전하나 시티즌은 잔디 품종 교체, 노후 시설 변화, 유럽식 시스템을 구축(천연잔디 생장용 인공 채광기 구매) 등을 통해 유럽식 '양탄자 잔디'를 완성했다. 포항 스틸야드도 안타까운 수해 피해에도 잔디만큼은 120% 완벽한 상태를 유지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역시 하이브리드 잔디를 도입하는 등 노력 끝에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축구연맹 관계자는 "잔디 관리에 공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리그 차원에서 잔디 관리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하는 걸 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다. 축구장을 관리하는 지자체 혹은 관리 단체와의 협조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