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하늘높이 배구공을 던져올렸다. 그런데 방향이 너무 앞으로 쏠렸다. 허겁지겁 달려나왔지만, 어택라인 근처까지 흘러간 공을 서브로 연결하긴 무리였다. 관중석은 폭소로 물들었다.
스파이크 서브를 하기 전까지의 조마조마한 기대감, 그리고 내리꽂히는 순간의 긴장과 흥분은 남자배구를 보는 최고의 재미 중 하나다. 특히 키가 2m가 넘는 외국인 선수들의 서브는 리시버가 저 뒤까지 밀려나갈 정도로 엄청난 파워를 자랑한다. 삼성화재 카일 러셀은 지난 2월 한국전력을 상대로 8연속 서브에이스를 꽂아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그런데 역대 V리그 외국인 선수 중 유독 이 서브로 고민이 많았던 선수가 있다. 삼성화재에서 3시즌(2016~2019) 동안 활약했던 타이스 덜 호스트다. 밝은 표정과 넘치는 파이팅, 공격을 도맡으면서도 지치지 않는 체력이 돋보였던 그다. 서브도 그 자체는 강렬했지만, 이상하리만치 불안한 토스 때문에 종종 웃음거리가 되곤 했다.
구단 입장에선 한층 심각했다. 외국인 선수의 서브는 그날그날 경기 플랜의 핵심이기 때문. 타이스는 2018~2019시즌을 마치고 짐을 쌌다.
그가 돌아왔다. 3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대한항공의 대항마, 한국전력의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31세. 우승이 간절할 나이다.
타이스는 "팀은 바뀌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전에 같이 뛰던 선수들이 많다"며 껄껄 웃었다. 한국전력에는 박철우를 비롯해 이선규 코치, 이민욱, 김강녕 등 삼성 출신 선수들이 많아 적응에 어려움이 없다. 특히 '소중한 친구' 박철우와는 SNS로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국전력은 타이스 외에도 박철우, 서재덕, 임성진, 신영석 등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갖춘 팀이다. 타이스는 "V리그 영상을 봤는데, 예전보다 볼이 빨라졌다. 한 선수에게 공격이 몰리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띈다"면서도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과는 타이스와 링컨 뿐 아니라 박철우와 정지석, 임성진과 임동혁 등 V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간의 라이벌리가 뚜렷하다. 타이스는 "임성진은 굉장한 재능"이라고 칭찬하는 한편 "아직은 대한항공이 좀더 나은 팀인 것 같다"는 솔직한 감상을 덧붙였다.
물론 시즌이 거듭되고 호흡이 맞아나갈수록 한국전력도 대한항공에 맞설 팀이 될 거란 말도 덧붙였다. 특히 박철우-신영석-서재덕을 위시한 베테랑과 임성진-박찬웅 등 젊은 피의 조화를 높게 평가했다.
올해 타이스는 배구선수로서 완성된 전성기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서브의 토스가 훨씬 안정됐다. 비결이 궁금해졌다.
"예전엔 어깨에 약간 부상이 있었다. 그래서 던지는 것도 좀 불편했고, 미팅도 이상했다. 이탈리아리그에서 뛸 때 코치로부터 7~8개월에 걸쳐 서브 교정을 받았다. 또 그동안 몸을 키우면서 피지컬이 한단계 올라갔는데, 그러다보니 기술적으로도 좋아진 것 같다."
타이스는 언제나 웃는 얼굴 때문에 '해피 타이스'라는 별명이 있다. 그는 "그 사이 나이가 좀 들었지만, 여전히 웃으면서 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배구는 내 직업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기도 하다. 내가 가장 즐거운 일을 하는데 돈까지 받는다는 점에서 꽤 운이 좋은 인생이다. 코트에서도 항상 그렇게 즐기는 마인드로 임하고 있다."
한국 무대 복귀를 앞둔 타이스가 가장 기대하는 건 뭘까. 그는 "관중석의 함성"이라고 답했다.
"전에도 팬들의 목소리에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한국전력은 강팀이니까, 수원체육관에 팬들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 우리 팀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뛰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