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남지현(27)의 내공이 오인경을 완성했다.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정서경 극본, 김희원 연출)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700억원이라는 거금을 둘러싸고 경리 출신의 첫째 오인주(김고은), 기자 오인경(남지현), 그리고 막내 오인혜(박지후)의 이야기가 담기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웠다. 세 자매는 고통 끝에 각자의 행복을 찾아내며 해피엔딩을 맞았고, 이 과정에서 11.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세 자매의 입체적인 모습들은 시청자들에게 간혹 '불호'의 이미지를 주기도 했다. 특히 남지현이 연기한 오인경은 더 그랬다. 정의를 쫓는 인물처럼 그려지지만, 한 방향만 바라보는 그의 집요함이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기도. 이에 대한 남지현의 생각은 더 의외였다. "호불호 반응을 예상했다"는 것.
드라마 종영 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지현은 기자에게 "대본을 읽을 때부터 세 자매 모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응원을 받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철저히 욕을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우리 드라마의 매력 중 하나로 꼽는 것이 모든 인물들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잘하는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결점도 큰 캐릭터였다. 그게 매력이었고,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재미있을 수 있을 것 같고, 이거야말로 시청자들이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돌입 전 자신의 우려도 물론 있었고, 예측이 불가능했던 캐릭터기에 어려운 부분도 많았던 남지현이다. 특히나 '작은 아씨들' 속 캐릭터들은 "어떤 캐릭터"라고 빠르게 정의내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래 보아야 이해가 됐던 캐릭터들. 남지현은 "보통은 4부까지 보면 몇 단어로 정리되거나 '얘는 이런 사람'이라고 정리할 수 있지만, '작은 아씨들'은 달랐다. 그게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았고,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는데 양가적인 것들까지 연결이 잘 돼 있더라"라고 떠올렸다.
이런 호불호들 때문에 남지현 본인보다는 주변의 걱정이 더 많았단다. 그동안 모범적이고, 밝은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그였기에 작품을 통해 쏟아지는 '불호'의 반응들에 대한 우려가 있던 것. 남지현은 오히려 그런 부분이 재미있다며 밝게 웃은 뒤 "도덕적으로 결점이 있는 역할을 선택했다는 것에 주변에서 많이 놀라시더라. 저는 그게 너무 흥미로웠다. 내가 이런 역할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할 것이라 생각했나 보다. 저는 사실 인경이 캐릭터 안에서 받아들여져서 부담이 있지는 않았고, '우리 드라마는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전에 제가 했던 캐릭터들이 모두의 응원을 받고, 따뜻한 마음을 일으키는 캐릭터가 많아서 그런(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에 처음 닥치는 것을 걱정하시고, 제가 시무룩해하실까 걱정하셨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초반 호불호가 갈렸던 캐릭터였지만, 남지현은 깊은 내공으로 이를 이겨냈다. 결국에는 극중 악의 축들이던 박재상(엄기준)과 원상아(엄지원)의 악행을 밝혀내는 데 성공하는 것으로도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남지현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가 거기사 나온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일하는 타입이거든요'. 그 신이 나오기 전까지 인경이를 축약적으로 잘 설명해주는 대사인 것 같다. 모든 단계를 다 거쳐서 끝까지, 결과까지 가는 그런 아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은 알지만 단어로 말로 정의를 못하는 찜찜한 상황에 있다가 이것으로 정리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일하는 타입'이라는 말은 '배우' 남지현에게도 적용된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19년차, 배우로서의 길을 꾸준히 묵묵히 걸어왔다. 최근 박은빈과 이세영 등 아역 배우 출신들이 연예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인정을 받는 것 역시 뿌듯하고 행복한 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배우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지현은 뿌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단다. 남지현은 "지금까지 연기 중 10년이 아역이고, 이제 성인이 된지 8~9년쯤 되어가며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서른이 되면 딱 반반이 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아역때는 걸어도 조금 나아가는 느낌이었다면, 성인이 되고 스무 살 이후에 했던 작품들은 하나 하나가 보폭이 커진 것 같다. '천천히 한 발씩 나아가면 멀리 가겠지'하는 생각으로 움직일 예정이라 보폭을 키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남지현은 "20대 이후의 작품을 보면 1cm라도 매 작품 한 걸음씩 넓힌 것 같아서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다. 제가 처음 배우를 시작할 때는 학생과 배우를 병행했는데, 온전히 직업인으로서 배우가 된지는 이제 2~3년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은 이것 저것 하는 것이 재미있고, 온전히 집중해서 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새로운 느낌이다. 그 전에도 온 힘을 쏟았지만, 양쪽으로 제 힘이 소진됐나 보다. 이제는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경험이 얼마 안 돼서 그렇게 작업하는 것은 또 새로운 느낌이다. 그렇게 10년을 해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 요즘엔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밝게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